수익률과 공익성 함께하는 ‘사회적 책임투자’ 주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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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자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전자업계 사회적 책임연합인 EICC(Electronic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 총회 때 존 가브리엘 의장이 한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을 선택할 때 재무 요소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기존 투자원칙에 윤리적 신념을 도입한 것을 사회적 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 이하 SRI)라고 한다. 21세기 들어 친환경기업, 녹색성장, 기부금 사회환원, 기업지배구조개선 등 SRI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SRI펀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SRI펀드 설정액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전체 펀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에서 투자하고 있는 SRI펀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7년 SRI펀드에 3000억원을 투자해 매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으며 지난달 4조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3200억원의 추가 집행을 결정, 위탁운용사 선정을 마친 상태다. 국민연금의 추가집행 결정은 최근 유럽재정위기로 인한 투자 가뭄 속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향후 5년 내 SRI펀드 투자규모를 11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SRI펀드 수익률은 어떨까.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SRI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은 -14.57%로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인 -12.02%보다 낮았다. 그러나 과거 5년간 평균 수익률을 보면 19.87%로 동기간 코스피 등락률인 9.84%를 크게 상회했다. 과거 수익률에서 보듯이 SRI펀드는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 성장으로 꾸준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장기적인 수익 증대가 요구되는 국민연금의 재무 목표와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SRI펀드가 연금시장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학자금 또는 은퇴자금 마련 등을 위한 장기투자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성향에 따라서 상장지수펀드(ETF)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2009년 12월 KTB GREAT SRI ETF가 유가증권시장에 처음 상장된 이후 여러 종류의 SRI ETF가 출시됐다. 대부분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사회책임투자기업과 녹색성장기업에 투자를 한다. 국제적 지수와 연동되는 SRI ETF 출시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공헌을 이행하는 ‘착한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환경오염 유발이나 노동 착취를 일삼는 ‘나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외면한다면 선순환 구조로 인해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SRI,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최준영(42) 부센터장

1998년~2006년 씨티은행 반포?명동?대치지점 PB
2006년~2008년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 PB팀장
2008년~2009년 삼성증권 갤러리아지점 PB팀장
2009년~2012년 SC은행 강남PB센터 PB팀장
2012년~현재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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