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목 받았던 신인들 (8) - 94년(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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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에 신인 한명을 잘 키워내는 것은 20승 투수 한명을 조련하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신인들의 신선한 활약은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더러 팬들에게도 새로운 관전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기대를 모았던 신인 선수들이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거기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신인 선수들이 대박을 터뜨려 준다면 구단이나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94시즌 LG는 프로야구 90년대 최고 인기구단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하게 된다. 투,타를 통틀어 최강의 전력을 앞세워 시즌 내내 선두를 질주하며 90년 이후 4년만에 정규시리즈,한국시리즈를 석권하게 되고 관중동원 에서도 93시즌에 이어 2년연속 100만명을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한다.

92시즌 롯데가 염종석 이라는 히트 상품으로 관객몰이에 대성공을 거두었다면 94 시즌 LG는 '신인 3총사'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 '신인 3총사'

충암고-한양대를 거친 국가대표 출신의 유격수 유지현은 그 해 입단 예정 대졸 신인들중 최대어로 평가받았지만 당시 그의 연고구단인 LG나 OB는 내야진의 선수층이 두터운 편이었다.

LG에는 해태에서 트레이드 되온 한대화를 비롯 송구홍,박종호,이종렬등이 버티고 있었고 OB역시 이명수,임형석,김민호등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94시즌 서울팀 신인 지명추첨에서 우선권을 따낸 OB는 극심한 좌완투수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고 결국 무명이었던 류택현을 지명하게 된다.

체격도 좋고 140 km이상의 강속구를 뿌려대는 그를 깜짝 스타로 키우려는 야심하에 OB는 89년 김기범을 제치고 이진을 지명한 데 이어 깜짝쇼를 펼치지만 쇼는 더이상 화려한 막을 피우지는 못한다. 류택현은 OB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하고 99시즌에 결국 LG로 트레이드 되고 만다.

LG에 지명된 유지현은 7,5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게 되는데 팀내 고졸 신인 김재현보다도 적은 액수의 계약금이었다. LG는 유지현이 아마시절 입었던 어깨부상을 내세우며 유지현과의 계약금 협상에서도 시종일관 고자세로 임하였고 결국 유지현은 입단과정에서 자존심에 적지않은 상처를 받게 된다.

입단 당시 자신을 과소평가 했던 구단에게 시위라도 하듯 그의 활약은 공,수에서 인상적이었다. LG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으며 수비에서 2루수 박종호와 안정된 키스톤 플레이를 펼칠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타율 0.305 홈런 15 도루 51개를 기록하며 팀내 톱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게 된다. 결국 그는 신인왕을 차지하며 입단당시 상처받았던 자존심을 깨끗하게 회복한다.

신일고 시절 조성민,강혁,조현과 더불어 팀을 고교야구 지존으로 군림하게 만들었던 김재현은 주전 좌익수 자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신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0-20 클럽(20홈런,21도루)에 가입하며 돌풍을 일으킨다. 훤칠하고 수려한 외모로 여성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김상훈,송구홍의 대를 잇는 새로운 '미스터 LG'로 자리매김 한다.

'신인 3총사'중 유지현이나 김재현의 활약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지만 서용빈의 돌풍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파란이었다. 선린상고-단국대를 거쳐 LG에 2차 41순위로 지명받고 입단할 정도로 철저한 무명이었던 그는 김상훈의 트레이드로 인해 무주공산이 되버린 팀내 1루수 자리를 확실하게 꿰차며 공,수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팀의 간판이었던 김상훈이 해태의 한대화와 트레이드 되면서 LG의 1루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주전경쟁이 펼쳐지게 되는데 기존의 김선진과 해태에서 지명권을 양도받으며 입단한 신인 허문회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었다.

그러나 전지훈련을 통해 서서히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기 시작한 서용빈은 시즌 초반 롯데와의 경기에서 신인사상 처음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그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입단 첫 해 0.318 타율에 157안타 4홈런 72타점을 기록하며 정교한 타격을 과시한 그는 메이저리그 급의 뛰어난 수비능력을 과시하며 국내 1루수중 최고의 수비능력을 겸비한 선수로 인정받게 된다.

-- 투수 부문

'신인 3총사'의 돌풍에 가려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투수부문 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있었다.

93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태평양은 정명원,김홍집,정민태,최창호,안병원 등의 탄탄한 투수진을 앞세워 94시즌 페넌트 레이스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신 투수왕국'으로 주목받게 된 태평양의 마운드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신인이 있었는데 인천고-홍익대를 졸업한 최상덕이었다.

롯데의 주형광과 더불어 신인투수 돌풍을 주도한 그는 158이닝을 던져 13승 9패 방어율 2.51 을 기록하며 팀내 선발진중 최다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한다.

이외에 LG의 인현배도 입단 첫 해 10승을 거두며 팀내 5선발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는데 해태와의 잠실경기서 30경기 완봉을 노리던'국보급 투수' 선동렬과 맞대결을 펼쳐 완봉승을 거두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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