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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의료 질 안 떨어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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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진료비를 의사의 의료행위에 따라 주는 현행 방식(행위별 수가제)을 환자 질환과 상태에 따라 정액제로 주는 포괄수가제(진료비 정액제)로 바꾸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까.

 의료의 질 평가 전문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닉 클라징가(54·사진) 박사는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얘기는 국제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의사인 클라징가 박사는 2006년부터 OECD에서 ‘의료의 질 지표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와 13일 전화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 대한의사협회 등 상당수 한국 의사들이 7월부터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서비스가 부실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들이 처음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먼저 도입한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의료의 질이 떨어졌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의료의 질은 평가를 통해 관리하면 된다. 한국은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감시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포괄수가제의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좋은 여건이다.”(※1983년 미국에선 공보험인 메디케어에서 포괄수가제를 처음 도입했다. 우려와 달리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돼 이후 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호주 등 OECD 대다수 국가로 확산됐다.)

 - 올 2월 OECD는 한국에 왜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라고 권고했나.

 “현재 한국의 의료보험재정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의료비 지출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의료비를 많이 쓴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현재 한국 병원 내 의료서비스의 과잉 공급은 의료의 질 측면에서 볼 때 우려스럽다. 개별 환자들에게 적절한 양의 진료를 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 다른 나라에서도 반대가 심했나.

 “물론이다. 처음엔 반대하지만 대다수 나라에서 포괄수가제 도입을 계기로 의사·병원·보험자들은 의료비와 의료의 질에 관한 합리적인 논쟁으로 발전했다.”

 - 선진국들은 어떤 장점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했나.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할지, 그 비용은 얼마나 될지에 대해 의사와 병원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비 지출을 관리하고, 적절하고 질 높은 의료를 보장하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는 점이 여러 선진국에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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