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공세에 밀려 … 오지로 오지로 가는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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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원개발이 세계적인 이슈지만, 우리에게 호락호락한 사업이 결코 아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때 자본력에서 밀리는 한계 탓이다. 광물자원공사 강천구 개발자원본부장은 “2009년 국내 기업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아프리카 구리광산을 인수하려 했으나 그 정보를 입수한 중국이 우리보다 네 배나 비싼 가격으로 입찰에 뛰어들어 사업권을 뺏겼다”고 회고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오지로 찾아 들어가는 추세다. 그래서 강 본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상사맨은 007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모조리 청바지에 선글라스 차림에 안전모자까지 쓰고 광산을 돌아다니는 광부 같다.” 기업들이 오지 개척에 열 올리는 또 하나의 까닭은 시장 선점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2005년 쿠바에서 244기의 이동식 발전 설비 공사를 수주한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이동식 발전 설비는 디젤엔진과 발전기 같은 발전소 운용에 필요한 설비를 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안에 담은 소규모 패키지형 발전소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고정식 설비의 공사 기간이 8~9개월이라면 현대중공업은 공사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전력난이 심각하고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오지 국가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계기로 에콰도르·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도 공사를 따내기 시작해 전 세계 22개국에 1000기 넘게 수출했다.

 대우건설은 15일 알제리에서 5억 달러(약 5800억원) 규모의 하천복원 공사를 따냈다. 이 회사 토목사업본부 김충식 상무는 “2014년까지 190억 달러(약 22조원)가 투입되는 알제리 하천정비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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