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밖도 쉽게 리모델링 침체 건설경기 불 지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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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리모델링 활성화에 불을 지필 태세다. 이는 재건축에 따른 수익을 노려 멀쩡한 고층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풍토를 막겠다는 취지다. 리모델링 분야를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 가라앉은 건설 및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것 같다. 지금까지 리모델링은 아파트 내부 마감재를 고치는 게 고작이었다. 아파트 외관 등 단지 전체를 뜯어고칠 경우 법규 제한이 많았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리모델링의 방향은 외관.구조의 변경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내력벽.기둥.보.지붕틀까지 고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파격적이다.

㈜리노플러스닷컴 서용식 대표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30~50%의 비용으로 신축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며 "리모델링 시장은 2~3년 안에 10조원 이상으로 급팽창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복도식 아파트를 계단식으로 바꾸는 것. 이는 건설업계와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복도식은 1980년대 아파트 건립 붐이 일면서 30평형 이하 아파트에 대거 적용됐다. 계단식에 비해 건축비가 덜 들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좋아했다.

하지만 아파트 평면이 다양해지고 표준건축비가 올라가면서 80년대 후반부터 30평형대는 대부분 계단식으로 시공됐다. 이후 90년대 신도시 건설 때부터 20평형대까지 계단식이 적용됐다.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바꾸면 공용면적이 늘어나 가구당 면적이 2~3평 증가한다. 그만큼 자산가치가 올라간다. 복도식은 욕실이 한 개밖에 없고 사생활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파트 값이 계단식보다 1천만~2천만원 가량 싸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방침이 확정될 경우 고층 아파트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 같다. 철거비와 건축비가 적게 들고 이주의 번거러움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부이촌동 전보.반도.장미아파트 등은 이미 재건축 대신 단지를 통째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서형근 전무는 "최근 용적률이 강화돼 12층 이상 아파트는 재건축 수익성이 떨어진다" 며 "리모델링 활성화는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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