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아쉬움 남긴 '인간 지놈' 기획

중앙일보

입력

인간 지놈 지도 완성, 김정일 위원장의 조기 답방설과 한.미 정상회담, 32년 만의 폭설, 200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등이 크게 다뤄졌고, 분식회계와 언론사 세무조사가 칼럼 소재로 자주 등장한 한 주였다.

인간지놈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를 보도하면서, 13일부터 3회에 걸쳐 발빠르게 연재한 특집 ''이제는 생명공학이다'' 는 흥미를 끌었고 유익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이번 발표로 인간 유전자의 염기 서열이 99%까지만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지놈 지도가 ''완성'' 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또 나머지 1%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의아했다.

연구책임자와의 일문일답(13일 2면) 등 관련기사에서 이번에 밝히지 못한 1%가 지니는 의미와 수수께끼의 완벽한 해독에 관한 전망을 찾을 수 없었던 점이 마음에 걸렸다.

또한 6개국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가 5개 도시에서만 발표돼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외에 나머지 참여 국가가 어디인지도 궁금했다.

유전자 수가 인간의 절반이나 되는 것으로 발표된 ''초파리'' 와 ''과실파리'' (12일 1면) 가 같은 곤충을 지칭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14일 1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월 중 답방 가능성을 머리기사로 다루고, 3면에서는 그 배경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곧 이어 정부가 한ㆍ미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金위원장의 답방은 4월 이후라야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과정에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오보가 된 셈이다. 민감한 정보의 원천을 보호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해당 기사에 이례적으로 작성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점도 눈에 거슬렸다.

15일에는 4개 면을 할애해 2002학년도 대입제도를 소개했다. 1학기 선발 등으로 수시모집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했지만 정시모집 비율도 늘어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001학년도까지 시행되던 특차모집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특차모집 인원의 상당 부분이 수시모집으로 전환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정시모집 비율의 증가에 더 주목했어야 하지 않을까.

''두뇌한국 21'' 지원금 유용에 관한 특별취재(16일 1, 3면) 는 장기국책사업의 방만한 집행을 조기에 경고함으로써 향후 사업의 내실화와 예산절감 등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부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연구수준의 국제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함께 제시해 보도의 균형을 도모한 점도 돋보였다.

사업단과 참여 인력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착실히 매진하는 연구진까지 싸잡아 매도하지 않으려는 배려로 해석된다.

다만 ''BK 21'' 사업이 "성격상 뚜렷한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는 지적은 과장됐다.

사업단에는 논문과 특허 등 연구실적, 신진연구인력 배출과 대응자금 수주에 관한 연도별 목표를 달성할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13일부터 5회로 나누어 연재한 ''日, 잃어버린 10년 IT로 되찾는다'' 는 일본의 최근 IT 열풍과 정보화 전략을 충실히 집약했고 내용도 풍부했다.

정보기술의 중요성에는 이견을 달 수 없다. 문제는 정보기술의 혁신을 위한 투자의 적정 수준이다. 정보화의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도 정보기술의 혁신이 생산성에 끼친 기여도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특히 우리는 ''무리 모방'' 과 시류 편승의 성향이 강해 정보기술에 대한 무분별한 예찬론이 확산되는 조짐이 있다. 정보기술에 대한 환상과 과잉투자에 대한 적절한 계고가 병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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