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구도 통신시장 개편 어떻게 진행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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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1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한 신년 업무계획을 통해 밝힌 `3자 구도 통신시장 개편' 방침은 국내 통신업계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신시장은 이미 SK와 한통의 2개축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나머지 1개의 새로운 통신그룹을 급부상시켜 통신시장 개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통신업계는 한통과 SK외에 제3의 통신그룹이 어디인지, 또 중복.과잉투자 논란을 빚고 있는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중견 통신사업자들의 진로는 어떻게 될지 등 향후 국내 통신시장 판도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 점칠 수 있는 것은 정통부가 유도한다는 3자 구도하의 제3의 통신사업자는 동기식IMT-2000 그랜드 컨소시엄의 지배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통신시장 개편의 윤곽이 드러내는 시기는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하는 3월 중순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 하면 동기식 사업자 선정의 결과에 따라 한통, SK를 제외한 제3의 통신그룹의 유력후보인 LG와 포철의 위상이 명확해지고 파워콤, 하나로통신 등 중견기업들의 진로도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통신시장 구조개편 방침은 일단 LG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는 작년말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이후 `동기식사업 불참'이라는 입장외에 아직까지 통신사업에 대한 그룹의 진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통부가 통신시장을 3자구도로 개편한다는 거시적 정책방향을 제시하면서 '3월중순 동기식 사업자를 반드시 선정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LG에게는 `동기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통신사업을 포기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기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LG텔레콤과 데이콤으로 간신히 통신사업자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LG로서는 제3의 통신그룹으로서 위상을 잃게됨과 동시에 통신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정통부의 국내 통신시장 개편에 대한 의중이 드러남에 따라 LG는 통신사업 포기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LG텔레콤을 비롯해 데이콤 등 통신분야 투자기업들에 대한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설 것이란 분석이다.

LG와 함께 포철도 정통부의 방침에 따라 다급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통신사업 진출의지를 밝힌 바 있고 파워콤 인수에 적극 나서기도 했던 포철에게는 이번 정통부의 방침이 통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부여라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포철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기식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정부의 통신시장 3자구도 개편 방침은 LG와 포철중 동기식 사업에 참여하는 쪽이 제3의 통신사업자가 될 수 있고 반면 참여하지 않은 쪽은 통신사업에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3월중순 동기식IMT-2000 사업자 선정과 동시에 제3의 통신그룹이 모습을 드러내면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파워콤과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중견 통신사업자들도 이합집산을 통해 3자구도의 어느 한쪽으로 편입되면서 통신시장 구도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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