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승려 도박 몰카 뒤엔 백양사 주지다툼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조계종 승려 도박사건’ 동영상 공개의 이면에 백양사 ‘주지’ 자리를 둘러싼 승려들 간의 알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는 14일 승려 도박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하며 “도박 동영상은 백양사 차기 주지 자리를 둘러싼 정보수집 과정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이 밝힌 사건 전말은 이렇다. 지난 3월 조계종 5대 총림의 하나인 백양사의 방장(총림의 최고책임자) 수산 스님이 타계했다. 수산 스님은 타계 당시 현 백양사 주지인 시몽 스님 대신 진우 스님을 주지로 추천한다는 유시(諭示·타일러 가르치는 문서)를 남겼다. 하지만 현 주지인 시몽 스님은 수산 스님의 유시를 조작된 것으로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백양사는 조계종 산하 25개 본사(本寺) 중 하나다. 백양사 주지는 산하 수백 개 말사(末寺)의 주지 추천 권한을 가지는 자리다. 백양사 주지 자리를 둘러싸고 시몽 스님 지지자와 수산 스님 지지자가 반목하는 가운데 지난 4월 24일 수산 스님의 49재가 열렸다. 그 하루 전인 23일 밤 승려도박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시몽 스님을 지지하는 보현 스님이 진우 스님 지지자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가 우연히 도박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무단으로 호텔에 침입해 CCTV를 설치한 혐의(공동주거침입 등)로 보현 스님과 CCTV 업자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실제 도박을 벌인 스님 7명 가운데 조계사 전 주지 토진 스님과 백양사 무공 스님 2명을 수백만원대 도박을 벌인 혐의(단순도박)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승려 5명은 약식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도박죄는 법정형상 벌금형으로 처벌해야 하나 불교신자와 전 국민의 충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 23일 전남 장성군 한 호텔 에서 개인당 20만~110만원의 판돈을 걸고 포커게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원엽 기자

CCTV 설치한 승려 기소
“반대파 동향 파악 위해 촬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