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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업계, 불법복제 방지책 마련에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지만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한두 개 사용하지 않는 가정이 없을 정도로 불법 복제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사람들이 조립 PC를 사는 이유. 우선 대기업 제품보다 가격이 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 주변기기들을 취향에 맞게 선택해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하지만 원하는 프로그램을 무한정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조립PC 판매점으로 돌리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고는 하지만 불법으로 복제된 소프트웨어(SW)를 한두 개 사용하지 않는 가정이 없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문제는 우리 사회의 여전한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최근 미국의 BSA(Business Software Allianc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99년 말 기준 50%로 27개 OECD 가입국 중 8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사용률을 기록한 국가는 터키로 74%였으며 가장 낮은 국가는 25%를 기록한 미국이었다.

또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지난 2000년 한 해 동안 검·경찰과 합동으로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실태 단속을 벌인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서도 전체의 55%가 불법으로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적발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러한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 사용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SPC 김규성 사무국장은 “외국의 메이저급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사설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세워나가고 있으며 자본력이 강해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나 우리나라 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해 알고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생존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값싼 용산用 SW 보급 추진

이처럼 불법 소프트웨어 유통 및 사용이 근절되지 않자 업계에서는 대비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곳은 역시 SPC. 데이콤, 삼성SDS, 소프트뱅크코리아, 안철수연구소, 유니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48개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SPC. SPC는 회원들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그들이 판매하고 있는 프로그램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이영상 큰사람컴퓨터 사장, 이흥렬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사장 등 잘 나가는 4명의 벤처기업인을 등장,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장하는 내용의 극장용 CF를 제작하기도 했던 SPC는 어린이를 등장시키는 CF 2탄을 준비하고 있다. 또 故 강경대군을 추모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 대학생들의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마인드 확산을 노리고 있다.

특히 SPC는 올해 용산 전자상가들이 정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회원업체들과 협의, 용산 전자상가 전용 소프트웨어를 값싸게 공급하는 한편 이 지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정품 사용 캠페인을 벌여 나갈 방침이다.

SPC 관계자는 “용산지역 조립PC 업체들의 96%가 불법으로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어떤 방향으로든 이 지역의 불법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SPC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적발된 업체에 대해 가능한 한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고 대신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 및 관리 등에 관한 컨설팅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기업 내에 적정한 소프트웨어 구매 및 관리 등을 전담할 인력을 교육, 인증하는 방안을 놓고 회원업체들과 협의하고 있다.

각 개별 업체들도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소프트웨어 종량제. 사용한 만큼 후불제로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주)소프트웨어가족은 전국 30개 가맹점과 서비스 지원 홈페이지를 통해 16종의 각종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는 ‘패밀리웨어’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의 특징은 필요한 제품을 일정 기간 또는 일정 횟수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즉 패밀리웨어에 수록된 소프트웨어 중 사용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ARS 전화로 등록한 후 이용번호를 부여받아 사용하면 된다. 요금은 다음 달 전화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청구된다.

와우프리커뮤니케이션 역시 고가의 정품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한 후 월 정산을 통해 사용한 시간만큼 후불제로 결제하는 ‘소프트웨어 종량제’ 서비스를 정식 실시하고 있다. 이미 소프테크와 ‘에스큐엘빌더’란 프로그램을 종량제 임대 서비스로 공급하고 있으며 오라클, 시만텍 등의 업체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종량제 서비스는 제품 포장비와 유통비가 들지 않고 프로그램을 이용한 만큼만 돈을 받으므로 합리적 구매 성향을 가진 PC 사용자들을 확보하기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사용자들의 가격 부담을 덜어 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품 내려받는 시간을 상품권으로 보상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광고를 이용하기도 한다.

애드웨어(adware)가 대표적. 이는 소프트웨어 실행 전이나 소프트웨어 실행 중 광고를 노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서비스 제공자가 공동 분배하고 사용자는 무료로 정품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와우프리커뮤니케이션은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품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내려받도록 하는 대신 사용자가 자신의 컴퓨터에서 프로그램 실행을 위해 클릭하면 실행 전에 5초짜리 광고가 뜨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고 소프트웨어를 빌려쓰는 ASP나 기능과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쉐어웨어와는 달리 애드웨어는 정품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내려받아 자신의 PC에 설치해 놓고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와우프리측은 이 광고 수익으로 사용자가 내려받은 횟수만큼 해당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에이치케이넷츠도 광고를 보는 대신 각종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무료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자사 운영 사이트에 접속돼 배너광고처럼 실행 소프트웨어 창의 한 쪽에서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

이 사이트에 소프트웨어를 등록하기 원하는 업체는 ID를 발급 받아 올릴 수 있으며 광고주는 에이치케이넷츠가 설치한 지불 시스템을 통해 간편하게 원하는 광고를 올릴 수 있다. 광고 수입은 에이치케이넷츠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나눠 갖는다.

역지불 다운로드 서비스도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했다. 흔히 서비스 공급자들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료를 찾기 위해, 또 내려받기 위해 소비한 시간을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역지불 다운로드 서비스.

나우다운은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거기에 있는 각종 파일이나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하면 일정 금액을 적립해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적립금이 일정액 이상 모이면 도서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 MP3 플레이어 등을 지급한다.

나우다운은 이용자가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동안 배너광고가 아닌 광고주의 웹 사이트 자체를 화면에 띄워주는 기법을 개발, 광고주들로부터 협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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