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처벌범죄 범위축소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여야가 자금세탁방지 법안의 심의과정에서 자금세탁 처벌 범죄를 축소하는 등 일부 조항을 수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국회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원회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심의하면서 35종의 자금세탁 처벌 범죄 가운데 탈세를 빼기로 했다.

여야 의원들은 탈세를 위한 자금세탁을 처벌할 경우 금융시장과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수사기관과 국세청의 업무가 중복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자녀 또는 친인척 명의로 자금을 분산예치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탈세 목적의 자금세탁을 처벌할 때 생길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4일 오후 열린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재경부에 설치될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자금세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위원회 등 5개 기관으로 제한하고 검찰 지청, 지방경찰청, 금융감독원은 제외하도록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수정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자금세탁 범죄의 조사의 효율성을 위해 산하 기관인 검찰 지청 등을 포함시켰으나 의원들이 금융거래 정보의 남용과 악용을 걱정해 정보제공 대상 기관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국회 재경위는 또 이들 5개 기관이 FIU의 제공 정보 외에 필요시 FIU에 추가 정보의 제공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법원의 영장없이 금융거래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거래 실명제법과 영장주의에 어긋난다고 삭제했다.

여야는 오는 26일과 27일 법사위원회를 열어 자금세탁방지 법안의 심의를 마무리하고 28일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이들 법안은 정부의 공포절차를 거쳐 오는 4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민단체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이 불법 정치자금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상황에서 여야가 정략적인 이유로 처벌 범죄와 정보제공 기관까지 축소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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