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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서울 강남구 제치고 수능 평균 전국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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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남 장성군 장성고(교장 황의갑)는 주변에 학원 하나 없는 시골 학교다. 이 학교는 올해 졸업생 272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장성군의 4개 고교 중 일반고는 이 학교가 유일하다.

 이런 까닭에 장성군은 올해 대학 신입생이 치른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230개 전체 시·군·구 중 수능 평균 성적 1위를 차지했다. 전문계고와 종합고(일반고와 전문계고 혼합)를 제외한 1520개 일반고가 분석 대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3일 2012학년도 수능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장성군은 표준점수 평균이 언어 116점, 수리 가 113.8점, 수리 나 122점, 외국어 118.3점으로 전국 1위였다. 표준점수는 전체 응시생의 수능 원점수 평균을 100점으로 환산한 것이다. 장성군의 표준점수가 100점을 상회한다는 것은 전국 평균보다 성적이 월등하다는 의미다. 언어, 수리 가, 수리 나, 외국어 등 4개 영역 모두에서 상위 30위에 든 곳은 장성군을 비롯해 서울 강남·서초구, 부산 연제구, 대구 수성구, 광주 북구 등 12개 지역이다. 대부분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가 있거나 소득수준이 높아 학원 등이 밀집한 지역 내 ‘교육 특구’다. 농어촌 지역 중에서는 선발권을 가진 학교가 위치한 비평준화 지역의 수능 성적이 우수했다.

 16개 시·도별로는 제주가 3년 연속 전국 1위였다. 광주광역시도 모든 영역에서 전국 2, 3위에 올랐다. 교육과정평가원 김경훈 수능평가본부장은 “제주와 광주는 학교 간 점수 차이가 적어 지역 전체의 평균이 높다”고 말했다. 영역별로는 수리 가의 격차가 가장 컸다. 수리 가 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제주(104.1점)와 가장 낮은 전북(93.3점)은 격차가 10.8점까지 벌어졌다. 언어와 외국어는 제주와 인천 간에 각각 6.7점, 8.2점으로 차이 났다.

 수능 성적이 높은 지역에 대해 평가원은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EBS의 영향력이 가장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평가원이 이번 일반고 수능성적과 2010년 이들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수능 표준점수가 높았다. 자기주도학습을 세 시간 이상 하는 학교(127.7점)의 언어영역 점수는 30분 미만인 학교(63.9점)의 두 배였다. EBS 수강 시간이 30분 미만인 학교는 언·수 외 표준점수의 합이 236.1점(수리가 기준)이었지만 한 시간 이상인 학교는 303.3점으로 높았다.

 장성고도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기숙학교인 장성고는 밤 12시30분까지 자율학습이 이뤄진다. 정규수업 후에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과목과 교사를 선택해 수업을 듣도록 해 자율성을 키웠다. 황의갑 교장은 “교사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법만 가르칠 뿐 공부는 학생 스스로 해야 능률이 오른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EBS 수능 연계로 지역 간 성적 격차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본지 분석 결과 이번 상위 30개(외국어 영역) 시·군·구에 3년 연속 포함된 곳이 23곳이나 되는 등 지역 간 학력 편중은 고착화되고 있었다. 지방의 한 고교 교장은 “수능이 너무 EBS에 치중돼 평가하려는 것이 ‘수학 능력’인지 ‘암기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표준점수=같은 영역의 시험을 치른 응시자 중 해당 수험생의 성적이 어디쯤인지 나타내는 점수. 시험이 어려워 다른 수험생들의 점수가 낮으면 자신의 표준점수는 올라가고 반대일 경우 내려간다. 최고점은 시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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