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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리뷰] 클램프 원작 '동경 바빌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들 CLAMP의 대표작이라면 'X-CLAMP'나 '카드캡터 사쿠라'를 들고 있다. 물론 이들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부르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는 CLAMP가 최초로 세상을 향해서 내어놓은 극장판 '동경 BABYLON'이야 말로, 그들의 대표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작품을 처음 본 초등학교 6학년 겨울(그러니까 8년 전)
. 솔직히 그때는 이 작품이 그렇게 멋지지는 않았다. 단지 그 배경 음악이 좋아서 선뜻 비디오를 사버렸지만, 지금은 볼 때마다 재미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알다시피 BABYLON(바빌론)
이란, 구약성서에 나오는 도시의 이름이다. 그 도시의 문명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발달하여 사람들의 생활은 호사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하늘에까지 닿을 듯한 높은 탑을 쌓게 되는데, 이것이 유명한 '바벨탑'이다.(CLAMP의 작품에서 이 바벨탑은 동경 타워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 일로 신의 노여움을 사게되고, 그 결과 바빌론을 멸하고 탑을 무너뜨렸으며 공통된 언어를 잃게 됐다. 다시 말해서 바빌론이라는 도시는 신의 윤리가 무너진 곳이자, 정신적으로 황폐화된 도시를 뜻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동경을 그런 바빌론에 비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스메라기 스바루는 저주니 어둠의 힘이니 하는 것에서 일본을 지켜온 스메라기 일족의 당주인 음양사이다. 또 그의 쌍둥이 누나인 스메라기 호쿠토는 음양술을 쓸 줄 아는 소녀이고, 그를 늘 지켜보는 모리 세이시로우는 사실은 음양술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모리 일족의 일원이다.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책이 7편 나왔고, 그것과는 다른 스토리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2편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1편의 스토리는 어떤 건설 회사의 사장이 죽는 것에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영적으로 보호를 받는 나구모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는 지금까지 그 힘을 이용하여 자신이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죽여왔던 것이다. 그런 나구모에게 살해당한 오빠의 복수를 위해 카자미가 견신을 만들어 저주로 나구모를 죽이려 하지만, 오히려 나구모는 견신마저 자신에게 흡수해 버린다. 그런 나구모와 스바루는 싸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2편은 1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에서 유행한 토오리마(通り魔-지나가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이는 살인범을 뜻함. 일본에서는 이런 살인 사건이 자주 일어남)
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하철에서 2명의 여성이 살해당하는데, 스바루는 이 살인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다. 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포스트 코그니션(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과거를 알아 맞추는 능력. 예지 능력의 반대)
을 가진 미레이라는 여성을 알게 된다. 그녀의 양어머니가 3번째 살인 대상이 되어버리자,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미끼 작전의 미끼가 된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하고 미레이는 범인에게 쫓기게 된다. 그 범인을 스바루가 쫓는다.

동경 BABYLON은 사실 주인공들의 의상만 봐도 즐거운 애니메이션이다. 전에 'X-CLAMP'에 대한 설명에도 말했었지만, CLAMP는 의상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인데, CLAMP의 작품 중에서 의상 화보 집이 가장 먼저 나온 것도 이 작품이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의상이 나와서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1편과 2편의 차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1편은 90년 대 초반의 작품이고 2편은 90년대 중반 작품이다. 이것은 'X-CLAMP'가 나오기 전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편은 80년의 흐릿한 그림체를 지니고 있는 반면, 2편은 깨끗한 그래픽과 훨씬 빠르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 음향 효과 등등 차이를 하나하나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CLAMP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동화(動畵)
와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인 LEE 프로덕션의 그래픽이기때문에 국내 애니메이션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본다면 꼭 볼만한 작품이다. 2편의 오프닝에 나오는 어렸을 적 스바루와, 고등학생이었던 세이시로우의 약속. 이 약속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X-CLAMP'까지 이어지게 된다.

극장판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세이세로우는 '다음에 당신이 내 눈에 띌 때, 난 당신을 죽이겠다'고 약속을 하게 된다. 사실 이것은 일본을 음지에서 지켜온 스메라기 일족과 음지에서 살인을 저질러온 모리 일족과의 싸움이기도 한 것이다. 그 사실을 숨긴 채 세이시로우는 스바루와 호쿠토에게 접근하지만, 호쿠토는 나중에 세이시로우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호쿠토와 세이시로우의 싸움. 호쿠토는 세이시로우의 오른쪽 눈을 빼앗지만, 결국 죽고 만다(그래서 X-CLAMP에서 세이시로우의 오른쪽 눈이 없다)
. 세이시로우가 호쿠토를 죽인 사실을 알게 된 스바루는 세이시로우를 죽일 것을 맹세하고, 스토리는 'X-CLAMP'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CLAMP의 작품 중에서는 다른 작품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한 작품이지만, X-CLAMP를 보려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며, 또한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 원제 : 東京 BABYLON

· 감독 : 치기라 코이치

· 원작자 : 클램프

· 음악 : 혼다 토시유키

· 러닝타임 : 113분

· 제작 : 1992년

· 제작사 : 매드하우스

Joins 하승빈 사이버리포터 <cityknigh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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