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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MS는 구글 본진 털기 VS 구글은 MS 본진 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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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윈도8이 깔린 태블릿PC.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강자인 미국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서로 상대방 안방 공략에 나섰다. MS가 ‘윈도’ 시리즈를 통해 아성을 쌓고 있던 PC용 운영체제(OS) 시장에 구글이 도전장을 던졌고, 구글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모바일기기용 운영체제 쪽에는 반대로 MS가 진출하는 것. 출사표는 구글이 먼저 던졌다. 지난해 OS ‘크롬’을 탑재한 노트북 ‘크롬북’을 선보이더니, 지난달엔 크롬북 후속 모델과 더불어 크롬을 깐 데스크톱PC ‘크롬박스’까지 내놨다. MS는 이에 대항해 올가을 모바일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윈도의 새 버전 ‘윈도8’을 출시한다.

◆MS의 방패 윈도8=윈도의 가장 새로운 버전인 윈도8은 올가을 출시를 앞두고 현재 마무리 점검이 한창이다. 윈도8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PC사용자들에게 주는 친근함이다. 따지고 보면 ‘운영체제’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MS덕분이다. 한국의 경우 윈도의 점유율은 97%가량 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윈도8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성이다.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MS 측은 “단순하게 윈도7에서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 아니라 사용자의 사용 패턴까지 모두 새롭게 상상해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과거 윈도가 키보드와 마우스 중심이었던 반면, 윈도8은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바일기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윈도8을 통해서는 기존엔 모바일 기기 상에선 어려웠던 워드·엑셀 등 오피스 작업도 가능해졌다. 윈도8은 또 모바일 기기의 전유물로 알려진 앱스토어 시스템을 채용해 수시로 필요한 앱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 윈도 사용자가 10억 명대로 추정되는 만큼 잠재 시장의 규모도 막대하다.

앱 개발자를 위한 수익모델도 강화했다. 특정 앱의 누적 매출이 2만5000달러가 넘으면 해당 앱 개발사와 MS의 수익 배분 비율은 8대2가 된다. 기본적으론 7(개발사)대 3(MS)의 수익비율이지만, 수익을 내는 앱 개발사와 개발자에는 지속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약속해 윈도 스토어(앱스토어)를 보다 빠른 시일 내에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 덕에 윈도 스토어가 본격적으로 개장을 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주요 국내 앱 개발사들도 속속 MS 쪽에 개발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윈도8이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 시장에서 굳어진, ‘구글(안드로이드)-애플(iOS)’의 양강 체제다. 구글 측은 “전체 글로벌 스마트폰 사용자 중 59%가량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면 모바일 세상에서 MS는 이제 첫 걸음마를 뗀 정도”라고 했다.

MS는 스마트폰용으로 내놓은 윈도모바일이 안드로이드와 iOS에 밀리자 지난해 이를 포기하고 윈도폰7(망고)을 새로 만들어 노키아와 손잡고 보급에 나섰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1분기 글로벌 점유율이 2.2%로 6위에 그쳤다. 블랙베리(6.4%)나 리눅스(2.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MS측은 그럼에도 “실제로 사용자 간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윈도폰의 만족도가 경쟁 제품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윈도폰이 안드로이드·iOS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태블릿 같은 모바일 전용 기기와 PC의 속성 자체가 다른데 한 가지 OS만으로 과연 PC와 모바일기기 간 호환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는 “윈도8은 기기 간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크롬OS가 깔린 삼성전자의 크롬북.

◆PC쪽 뛰어든 구글=흔히 모바일의 시대가 왔다고는 하지만, PC는 아직까지 정보기술(IT) 산업의 주류다. 미국의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PC 시장 규모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통틀어 연간 3억5200만 대에 육박한다. 태블릿PC가 잘나간다고는 하지만 시장 규모는 1억1890만 대 남짓이다. 이렇게 거대한 PC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MS가 쥐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전 세계 PC의 88%가량이 MS의 윈도를 OS로 쓰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맞서는 구글의 크롬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달 선보인 크롬북 두 번째 모델이 올해 약 30만 대가량 팔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체 PC 시장의 0.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머잖아 윈도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신감의 근거는 2008년 내놓은, OS와 같은 이름의 브라우저 ‘크롬’이다. 크롬 OS의 형제 격인 크롬 브라우저는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빠르게 밀어내고 있다. 2008년 12월 출시된 크롬 브라우저는 지난달 32.4%의 점유율을 보이며 MS의 IE(32.1%)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크롬 브라우저가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듯, 크롬 역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구글 측의 생각이다.

 크롬북과 크롬박스는 일반 PC·노트북과 다른 점이 있다. 클라우드 기반이다. 기본적으로 각종 문서와 데이터를 개인의 크롬북과 크롬박스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서버에 저장하는 것을 가정해 기능을 꾸몄다. 이때의 장점은 부팅 시간이 대단히 빠르다는 것이다. 크롬북과 크롬박스 모두 컴퓨터를 켠 지 10초면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크롬북과 크롬박스 모두 삼성전자가 제작했다. 크롬박스는 이르면 이달 말 국내에 출시될 계획이다. 기업들을 일단 공략한 다음 차차 가정용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에겐 아직 익숙지 않은 클라우드 기반 데스크톱의 우수성을 먼저 알려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새 크롬북의 국내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클라우드 기반 노트북에 대한 일반 사용자의 거부감을 감안해서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상무는 “PC의 하드디스크에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음악·동영상 콘텐트를 담아놓고 쓰던 과거에는 강력한 하드웨어와 윈도 같은 OS가 필요했지만, 거의 모든 작업을 인터넷상에서 처리하는 요즘은 크롬OS처럼 브라우저 기능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와 오피스 부분을 보강한 단순한 OS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숙제도 있다.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익숙한 사용자들이 ‘클라우드 기반’이란 점에 품는 거부감이 그렇다. 또 모바일용 OS인 안드로이드와 별도로 운영되는 만큼 앱 호환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은 크롬북이나 크롬박스에서 쓸 수 있는 앱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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