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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융·복합해야 블루오션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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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오늘날 이미 포화된 레드오션 시장에서 오직 융·복합 제품만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있다. 흑백 TV가 세상에 나온 이후 흑백 TV는 컬러TV로 바뀌었고, 다시 고화질 HD TV와 3차원 입체 영상의 3D TV를 거쳐 지금은 디지털 기반의 융·복합 제품인 스마트TV가 시장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TV는 단순히 방송을 시청하는 것에 더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집안에서 TV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일반 영상통화처럼 자유로이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게 하는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TV에서 보듯이 오늘날의 기술 트렌드는 산업 간 벽을 허물고, 여러 기술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신제품과 신기술을 쏟아내는 융·복합 기술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휴대전화 역시 대표적인 융·복합 제품의 하나가 되었다.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폰은 터치스크린 기술과 결합해 통화뿐 아니라 사진촬영에 무선 인터넷 접속은 물론 문서 작성 등이 가능해졌다. 이젠 스마트폰을 갖고도 PC처럼 언제 어디서든 음악과 영상을 재생하고, e-메일과 메신저를 전송하며, 게임이나 워드프로세서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단지 이동 기능만으로 충분했던 자동차도 융·복합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다. 운전자의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운행을 도와주는 스마트카는 단순한 이동수단에 머물지 않고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해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공인식장치, 차선이탈인식장치,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 IT 기술에 기계·전자·소재·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자동차는 최첨단 지능형 융·복합 제품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융·복합 기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집안의 디지털 가전기기를 밖에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반의 지능화된 주거공간이 또 하나의 예다. 의료기기 쪽에서도 캡슐형 내시경, 디지털 X레이 등 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장치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젠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옛날처럼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해서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힘든 시대다.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융·복합 기술의 발굴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융합 연구의 지원 확대를 통한 새로운 상품의 개발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기술 간 융·복합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대표적인 연구개발(R&D) 사업인 ‘산업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개편해 융·복합 중심의 과제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융합 원천기술 개발사업 총 예산 1조4000억원 중 37%에 달하는 5311억원을 융·복합 분야에 투입했다.

 시장은 융·복합 기술 제품을 원하고 있다. 융합 R&D는 우리가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도록 만드는 방편이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기술 융·복합은 기술강국 코리아의 역량을 세계 무대에서 보여줄 새로운 분야임에 틀림없다.

기술이 어우러지는 고도의 융합시대에 걸맞은 전략적 융·복합 기술을 더 많이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끊임없이 창출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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