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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에 꺾인 ‘블루골드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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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0일(현지시간) 페루 남부 쿠스코 지역 마마로사산 헬리콥터 충돌 사고 지점에서 구조대원들이 한국인 8명을 포함한 사망자 14명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페루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에서 실종됐다가 나흘 만에 발견된 헬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8명 등 탑승객 14명 전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페루 당국은 헬기 발견 하루 뒤인 10일 산악 구조 전문가와 경찰, 군인 등 육상 구조대 50여 명을 마마로사(Mamarosa)산 4950m의 사고 현장에 투입, 삼성물산 김효준(48) 부장 등 탑승객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다. 구조 요원들은 이날 오전 13구를 수습한 뒤 2∼3시간가량 수색 작업을 더 벌인 끝에 나머지 1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한국인 희생자들은 ‘블루골드’로 부상한 수자원 개발 사업을 위해 현지에 파견됐다.

 현지 경찰은 시신을 차량으로 4시간가량 떨어진 오콘가테로 옮긴 뒤 이날 쿠스코의 시신 공치소에 임시 안치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쿠스코에서 법의학자가 참여한 가운데 1차 신원 확인을 거친 뒤 페루 수도 리마로 시신을 운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헬기에 탑승한 페루인 헬기 조종사 2명이 구름에 가려진 암벽을 미처 보지 못한 채 고도를 높이다 암벽에 정면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의 거대한 암벽 상단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아래 헬기의 잔해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돼 흩어져 있다는 점에서다. 사고가 난 지난 6일 마마로사 산에는 진눈깨비가 심하게 내렸다.

 AP 등 외신들은 “헬기가 폭발하면서 시신들도 많이 훼손돼 유가족들과 DNA 대조 검사로 신원 확인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주 페루 한국대사관은 유족들이 페루에 도착하는대로 시신 운구 및 장례 절차를 협의할 계획이다.

 페루 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공군 장성의 지휘 아래 산악 경찰 25명을 투입하고, 수색·의료 대원을 태운 헬기를 현장에 투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고 후 닷새 동안 페루 당국은 해발 4900m의 고지대, 시야 확보도 어려운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공군과 육군, 경찰 수색대, 최정예 민간 고산구조 특수요원을 투입해 수색 및 시신 수습에 나섰다”며 “사고 현장 인근 마을 원주민들도 도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에게 “페루 정부의 적극적 협조에 감사한다. 유가족들이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사후 수습에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탑승자 전원이 유명을 달리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애도의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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