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편식’ 버릇 고치려면<상> 중학·고교 <하> 초등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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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과목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싫어하는 과목은 편식하거나 피해버린다. 중·고교로 진학할수록 특히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의 경우 시험성적이 오르내리는 불안정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원인과 해법을 진단해봤다.

 일반고 문과계열을 졸업한 김창덕(가명)씨는 중2부터 ‘수포자(수학 포기 자)’였다. 초등 고학년부터 과외와 학원을 전전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자 아예 포기했다. 수학 공부가 싫어 고2 때 문과를 선택했다. 의예과로 진로를 수정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니 막막했다. 재수 끝에 어렵게 의예과에 입학했지만 일찍 해결방법을 찾았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좋아하는 과목이 생긴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젓게 하는 과목도 있다. 싫은 과목을 계속 피하다 보면 성적이 떨어지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 특히 중학생이 되면 초등학교에 비해 학습량이 많고 내용이 어려워지는 데다 사춘기가 시작돼 과목에 대한 좋고 싫음이 뚜렷해진다. 이런 현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저해진다. 숙명여대 교육학부 송인섭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심리적인 요인”이라며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싫은 과목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위권 과목별 선호도는 성적과 밀접

 ‘과목 편식(과목별로 편중된 공부)’은 초등고학년 때 시작해 중학교에 확연해지고, 고교 때 고착화된다. 고교생의 경우 영역별 등급 격차가 2등급 이상 나면 ‘과목 편중’ 현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상공부연구소 김진규연구원은 “특히 중위권 학생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중위권의 과목별 선호도는 성적과 밀접하다. 성적(점수·등급)에 따른 성취감(기분·감정) 차이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성적이 올라 좋아하는 과목은 열심히 공부하는데 반해 싫어하는 과목의 학습량은 줄어 성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교원 하이퍼센트 오지연 연구원은 “개인별 성향과 적성의 차이도 있지만 이전에 이루어진 학습이나 독서의 유형과 양도 과목 선호도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과목 자체의 특성을 좋아해서 더 공부하는 경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수학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문제 푸는 재미가 있거나 답이 정확히 떨어져 좋아하거나, 혹은 어릴 때부터 공부해 익숙하고 실생활에 유용해 좋아하는 학생도 있다.
 
과목별 공부시간 점검해 균형 맞춰야

 공부를 잘하려면 과목간 공부를 균형 있게 해야 한다. 최상위권 학생들도 과목별 선호도가 있지만 이를 잘 조절한다. 문제는 상위권 일부와 중위권 학생들이다. 우선 과목별 공부시간을 점검해 과목간 공부시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 주간 학습계획표를 살펴 어떤 과목에 편중했는지 확인한다.

 공부균형의 기준은 과목별 중요도를 따져 결정한다.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의 공부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면 조정해야 한다. 싫어하는 과목과 자신 있는 과목을 번갈아 가며 함께 공부하는 것도 좋다. 싫어한다고 모든 부분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배운 부분 중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특정한 날을 정해 그 과목만 집중 공부하는 경험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수학 정벌의 날’ ‘달콤쌉사름한 영어와의 일일 데이트’처럼 이벤트처럼 공부하는 것이다. 해당 과목을 다룬 교양서나 전문 잡지, 영화 등을 보는 것도 좋다.
 
 송 교수는 “싫어하는 과목을 좋아하려면 그 과목을 좋아한다는 암시를 계속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골치 아프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출발인 셈이다. 그 뒤엔 구체적인 실천이 따라야 한다. 첫 행동은 쉬운 문제집을 찾는 것이다. 송 교수는 “문제집 풀이는 최종 점검 단계의 공부법이지만 뭘 공부해야 점수가 오르는지 보여주는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공부에 자신이 없을수록 교재와 궁합이 중요하다. 재미있어 보이는 문제집을 한 권 선택한다. 선택 기준은 글자체·색깔·편집 등 어떤 것도 좋다. 자신이 택한 것은 애착이 가고, 그 만큼 중도 포기 위험도 줄어든다. 문제집을 다 풀 필요는 없다. 목표를 낮춰 ‘이 단원 문제 10개 중 5개만 풀자’는 목표를 세운다. 처음엔 이미 알거나 단순해 보이는 문제를 택한다. 자신감이 붙으면 차츰 문제 수와 난이도를 높인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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