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감원은 뭘하는 곳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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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금고 불법대출 사고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전체 여신의 40% 가까운 2천5백억여원을 빼돌린 대주주의 파렴치함에서부터,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재산까지 챙겨 해외로 도피하게 방치한 금융감독원의 허술한 관리.감독에 이르기까지 이해 안가는 일 투성이다.

특히 '정현준 게이트' 의 네배가 넘는 규모도 놀랍거니와 도덕불감증을 넘어선 대주주의 교묘한 범죄행각에는 기가 찰 지경이다.

그토록 금융개혁을 강조했건만 어떻게 아직 금고는 대주주의 개인 호주머니 수준을 못벗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자칫 금융업 전반에 대한 불신과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5년여 동안 이런 불법행위가 계속되도록 방치한 금감원의 허술한 관리.감독이다.

더욱이 1999년 두 차례나 조사를 하고도 그냥 넘어가 사고를 키웠다니 도대체 금감원은 뭘 하는 곳인가.

금감원도 속았다는 반응이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엉터리 자료를 보여준다고 넘어갈 정도라면 굳이 금감원이 있을 필요가 있는가.

이번뿐 아니라 열린.동방금고의 경우에서 보듯 금융사고의 배경에는 으레 금감원의 감독 소홀이 있었다. 이는 금융 감독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사고 역시 공적자금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 부담인 공적자금이 정책실패도 모자라 엉터리 금융인과 부실감독 뒤치다꺼리에까지 들어간다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으며, 김동원 회장이 미리 알고 도주할 수 있었는지 전 과정을 치밀하게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엉터리 회사가 흑자.우량 기업으로 둔갑한 배경도 조사, 손해배상.형사고발 등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근 금융사고가 늘고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다.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대주주와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의식전환은 기본이고, 사외이사.감사위원회 등 내부 견제.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현장검사를 하는 등 금감원의 감독 기능에도 근본적인 개선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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