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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교통사고로 위기… 우즈, 호건처럼 재기 성공할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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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호 19면

1950년 US오픈 우승 당시 벤 호건의 경기 장면.

개선(改善)이라는 한자의 일본식 표현은 ‘카이젠’이다. 1980년대 미국 MIT 대학을 중심으로 일본 제조업이 강한 이유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카이젠(kaizen)이 학술 용어로 강조되면서 서양에서 널리 통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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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역사에서 벤 호건(1912~97)은 평생 완벽한 골프 스윙을 만들기 위해 카이젠을 실천한 신적인 존재이다. 많은 사람이 그의 저서 다섯 가지 레슨(Five Lessons)에서 밝힌 스윙 메카닉스를 성공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혹자들은 호건이 ‘다섯 가지 레슨’에 골프 스윙의 테크닉에 대한 비법을 모두 밝히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고 떠들어 대기도 했다. 수많은 책과 잡지들도 그의 스윙 메카닉스에 숨겨진 미세한 비밀을 찾아내고자 노력했지만 호건은 답하지 않았다. 호건의 일관성 뛰어난 스윙 비결은 왼 손목 혹은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있다는 주장들이 한때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더 의미를 둔 비법은 다른 데 있었고, 골프스윙 동작 그 이상이 있음을 암시했었다. 호건은 주어진 샷에만 집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마음은 다음 샷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로 가득 찼었지만 항상 골프코스와의 전투를 벌이는 데 몰입해 있었다. 호건의 진짜 비법은 그러한 집중에 있었던 것이다. 호건은 “1930년대 우승을 못했던 것은 갤러리와 다른 경쟁자에 대해 관심을 끄고, 나만의 게임 외엔 모든 것에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는 집중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호건은 1912년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아홉 살 때 집에서 아버지의 권총 자살을 바로 앞에서 지켜봐야 했을 만큼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 후 어려워진 형편에 배고픔과 싸우며 방과 후엔 기차역에서 신문을 팔았다. 11세 때 바이런 넬슨과 함께 텍사스 포트 워스의 글렌가든 골프클럽에서 캐디 생활을 하며 골프에 발을 들여놓은 호건은 미국 공군의 일원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후 프로골퍼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37세이던 49년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낀 다리를 운전하며 건너다 건너편에서 오던 그레이하운드 버스와 정면충돌하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그는 아내를 보호하고자 몸을 던져 아내를 감쌌다. 아내는 경상에 그쳤지만 호건은 쇄골·골반·발목·갈비뼈 등이 부서지고, 평생 혈행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 의료진은 선수생활은 불가능하고 정상적인 생활도 쉽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호건은 불굴의 의지로 1년 후 다리를 절면서 US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일궈내며 PGA 투어에서 통산 64승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9승이 메이저 대회였다.

지금의 4대 메이저 대회 체제하에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기록한 선수는 벤 호건 외에 진 사라젠,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뿐이다. 그런데 호건의 기록이 유달리 대단하게 평가되는 이유는 64승 가운데 50승을 33번째 생일이 지난 이후에 기록했다는 데 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성숙하고 더 열심히 갈고닦은 결과물이다. 타이거 우즈는 공교롭게도 33번째 생일과 함께 찾아온 긴 슬럼프를 겪은 이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했다. 37세의 나이로 73번째 우승을 일궈냈지만 33세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우즈의 승수는 단 2승으로 호건의 50승과는 견주기조차 어렵다.

호건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어쩌면 우즈는 이제부터가 그의 진정한 커리어의 시작일 수 있다. 호건과 마찬가지로 33세 이후 50승을 기록한다면 우즈는 121승을 올리게 된다. 우즈는 자신이 살던 주택가의 가로등을 들이받는 자동차 사고 이후 추악한 사생활이 공개되고 결국 아내와 이혼까지 하며 추락했었다. 비록 아내를 대했던 마음은 호건과는 정반대였지만 먼 훗날 우즈 역시 호건과 마찬가지로 교통사고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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