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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실정법 같은 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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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황주홍 의원

시장·군수들은 쩨쩨할 정도로 준법, 준법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실정법 같은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지금의 당 지휘부는 국민 여론의 동향에 대해 둔감하거나 무시하거나 무지하다. 이런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지닌 정당의 말로는 뻔할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초선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60) 의원이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민주당은 여러 면에서 위기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의원 신분으로서 며칠간의 경험과 소감, 그리고 당 지도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았다.

 그는 지난 4일 연찬회 때 겪었던 일들을 사례로 들며 당이 민주당이 아니라 과두(寡頭)정당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연찬회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오라는 ‘당론’을 두고 “옷차림까지 당론으로 채택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지휘부의 의식구조는 문제다”라고 했다. 또 “전체 의원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모든 결의문은 몇몇 과두들에 의해 작성된 뒤 단 한 자의 자구수정도 없이 박수 속에 채택되고 공표되는 것”을 말없이 지켜봤다고 했다.

 연찬회에선 총선 패배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나 소통 대신 오직 결속력을 과시하기 위한 ‘하향적으로 결정된 일정’만 있었다고 소개했다. “저녁을 먹고 분임토의를 생략한 채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불러 노래를 부르고 손뼉을 치고 깔깔대는 것으로 내 첫 임기를 시작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황 의원은 레크리에이션 중간에 조용히 빠져나왔다고 한다.

 황 의원은 고민 끝에 당 대표 경선을 하루 앞두고 A4용지 5쪽 분량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밝혔다. 연찬회를 특히 강조한 건, 그 모습에 당의 현주소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다. 1월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40% 대 30%였고, 당은 총선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총선 패배와 잇단 실책으로 최근 민주당의 지지도는 연초에 비해 10~15%포인트 곤두박질쳤다. 대선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은 상황이다.

 황 의원은 그 이유로 공천 실패, 그리고 당내 잡음에 대한 지도부의 우유부단을 꼽았다. 사법처리 과정에 있거나 지도부와 같은 계파 후보들의 공천, 나꼼수 멤버 김용민(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동에 대한 미온적 대처가 그런 사례들이다.

이를 두고 황 의원은 “단 한 번도 총선 패배의 원인과 앞으로의 결의를 다지는 당선인들의 모임이 없었다는 걸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단 한 번도 대화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다. 기이한 일이다”라고 했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인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의 개원 전략이 어떤 건지도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황 의원은 글의 말미에 “그 좋았던 4·11 총선 압승의 기회를 놓쳐놓고 이번 대선도 실패한다면 당신들 민주당은 죽어야 한다”고 썼다.

 그는 민주당의 비상상황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자기부진에 대한 반성적 표현으로 비상대책위(위원장 박지원)를 만들었던 게 아닌가. 그러나 오늘 민주당 비대위는 거의 80~90%를 여당과 청와대를 저격하는 데 할애하고 있지 않은가. 비대위는 우리 내부의 결함과 약점을 겨냥하고 수습해야 한다.”

 황 의원은 96년 국민회의 총선 상황실장, 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방송전략기획팀장을 맡았다. 전남 강진군수를 세 번 연임한 뒤 19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선거 전 몇몇 지역구민에게 명절 선물로 찹쌀과 토하젓을 선물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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