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16) -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중앙일보

입력

피츠버그의 99년은 만족스러웠다. 비록 지구의 패권경쟁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몫이었지만, 78승은 내셔널리그의 3위팀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99년 피츠버그의 성공요인은 단연 선발진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속았다' 시리즈의 한 명으로 등록될 뻔했던 크리스 벤슨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으며(11승14패 4.07)
, 별 기대도 안했던 토드 리치는 팀내 최다인 15승을 거뒀다.

허약한 득점지원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의 16개팀중 전체 7위의 방어율을 기록한 일은 실로 대견스런 것이었다.

◇ 무너진 투수진

벤슨의 2년째는 훌륭했다. 피츠버그 투수로서 올린 3.85의 방어율은 시즌 전 그를 내셔널리그의 사이영상으로 꼽았던 피터 거먼스를 바보로 만들지 않을 만큼은 됐다. 2년차 마무리 마이크 윌리엄스의 성장도 놀라웠다. 윌리엄스는 99시즌보다 1세이브를 추가하는데 그쳤지만(24세이브)
, 방어율은 무려 1.59를 끌어내렸다.(3.50)

그러나 즐거운 소식은 여기서 끝난다. 리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며, 급성장이 기대됐던 제이슨 슈미트는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부상을 당했다.

시즌 중반 로테이션이 붕괴되자 여러 투수들이 총동원되어 테스트를 받았지만, 10번이상의 선발등판을 한 8명중 5점대 이하의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는 단 3명이다.

◇ 켄달의 복귀

1999년 7월, 포수 제이슨 켄달은 발목이 부러지고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를 당했다. 그가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는 아쉬움도 아쉬움이었지만 복귀가 더 걱정이었다. 하지만 켄달은 완벽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타율 .320 14홈런 22도루)

켄달과 함께 브라이언 자일스도 99년의 성적이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99시즌 .315 39홈런 115타점 95볼넷

00시즌 .315 35홈런 123타점 114볼넷

그러나 즐거운 소식은 여기에서 끝난다. 팻 미어스(유격수)
와 워렌 모리스(2루수)
는 그라운드의 허점이자 라인업의 구멍이었으며, 3루수 아라미스 라미레스와 외야수 채드 허먼슨은 호세 기엔이 걸었던 길을 따라갔다. 지난 몇 년동안 해적선의 든든한 1등 항해사였던 케빈 영 마저 노쇠화된 모습을 보였다.

◇ 악순환은 계속된다

얼마전 피츠버그는 자유계약시장에서 데릭 벨을 사왔다. 허먼슨을 대신하기 위함인 이 조치는 기엔에 실망하자 윌 코데로를 데려오고, 애브라함 누네즈 대신 마이크 벤자민을 영입했던 99년의 경우와 일맥상통한다.

결과적으로 피츠버그는 공들여 키워낸 유망주들이 부진하자 그 자리를 이미 한물 간 노장들로 교체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피츠버그의 타자 유망주들이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tool' 지향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피츠버그의 마이저리그 시스템은 유망주들의 타고난 능력을 강조한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나 뉴욕 양키스가 타고난 능력보다는 실제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시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기엔이나 누네즈의 실패는 모두 그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그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길러낸 팜시스템의 실책이었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