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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부리고 웃고 … 이석기 “날 제명하라는 주장은 입법 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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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합진보당 옛 당권파 김재연(왼쪽)·이석기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 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형수 기자]

종북(從北) 논란의 복판에 서 있는 비례대표 3인. 통합진보당 이석기(50)·김재연(32) 의원과 민주통합당 임수경(44) 의원은 한국외국어대학 동문이다. 이 의원은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중국어통번역과 82학번, 김 의원은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99학번, 임 의원은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불어학과 86학번이다. 19대 국회 개원일이던 5일 여의도의 시선은 동문 비례대표 3인에게 쏠렸다. 이·김 의원은 당당하게 의원 배지를 달고 국회에 나타났다. 반면 임 의원은 예정된 일정까지 취소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여의도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5일 오전 8시 국회 의원회관 신관 로비 앞. 보좌관이 차 문을 열어주자 검은색 K7 승용차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렸다. 남색 양복에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이 의원은 웃는 얼굴로 50여 명의 기자들 앞에 섰다. 퇴진 압박 속의 첫 출근이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많이 오셨네요. 고생 많습니다”라고 기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시종 여유 있게 웃었고, 간간이 크게 소리 내서 웃었다.

 이 의원은 거취와 관련해 “(제명 관련한) 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로선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과 김재연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선 “ 유신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고 반격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1974년)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민주 인사를 사법 살인했다. 21세기 오늘날 국가관 운운하면서 입법부에서 입법 살인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의감이 불타는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다만 “(추가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말해 당의 결정에 따라 고집을 꺾을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의원은 대학 후배인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관련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자 “분노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지 않나”라고 에둘러 답했다. “(모든) 행위에는 동기가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의원의 좌석은 임 의원 좌석과 한 자리 건너 가까이에 마련돼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옛 당권파인 김선동 의원이 마련한 의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비롯한 옛 당권파 측 6명만 참석했다. 중립으로 분류되는 김제남 의원은 모임에 나왔다가 옛 당권파 의원만 참여한 것을 보곤 곧 자리를 떴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이 의원은 “당의 제명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의원모임에 참석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크게 웃으며 “그건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기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과 웃는 모습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선 “나라를 시끄럽게 해놓고 웃음이 나오느냐”는 식의 글들이 올라왔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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