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갑수는 왜 창피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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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지 않고, 작품 역시 드문' 국내 창작동화에 여성작가 노경실의 『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는 관심거리다. 오래전 리얼리즘 동화『상계동 아이들』로 주목을 모은 작가가 단편 7개를 모아 새로 펴낸 창작집이 때문이다.

책을 읽은 전반적인 느낌은 '이 정도라면 안심하고 추천할 만하다'는 점이다.

수록 단편 '동생이 생겼어요' 부터 보자. '배가 애드벌룬처럼' 커진 경진이의 엄마가 드디어 동생을 낳았다. "기저귀도 갈아주고 책도 읽어줘야지"하고 다짐했던 경진이가 고추달고 태어난 갓난아기를 보았다. 이상했다. '천사같은 아기'려니 했더니 쭈글쭈글하고 벌갰다. 일주일 뒤 퇴원. '하루 종일 젖만 먹고 잠만 자는' 동생이 은근히 미워졌다.

엄마가 화장실에 간 틈에 동생 얼굴을 꼬집어 울려버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경진이는 은근히 고민된다. 그러면서 다짐도 해본다. "아, 나는 언제쯤 동생을 사랑하게 될까요. 착한 누나가 되면 꼭 알려드릴께요."

지나치게 교훈성을 노출하지 않은 서술이 돋보인다. 나머지 동화들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소재와 구성이 평가할 만하다. 동생 시샘이 많은 초등학교 취학 전후의 아이들에게 읽히면, 자기들의 고민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환영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그것도 쉽게 잡히는 약점이라서 유감스럽다. 즉 약간의 발랄함, 혹은 황당한 상상력이 취약하다. 본디 엉뚱한 팬터지를 억지로 집어넣는 방식이 아닌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이라해도 이런 양념(아니 양념 그 이상이다)은 필수가 아닐까 싶다.

확실히 국내작가들은 기발한 상상력과 구성력이 문제가 된다. 단 삽화는 훌륭하다. 본디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는 이형진의 그림은 그런대로 도발적이고,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 믿음직 스럽다.

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 계림북스쿨/ 6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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