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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시아 진군 ‘실행 모드’ 해군 함정 60% 아태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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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오른쪽)이 3일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핵심 전략기지였던 남동부 캄란만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베트남 군 인사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패네타 장관은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이곳을 방문한 미국의 최고위 인사다. [캄란만 AP=연합뉴스]

미국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이 점점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정책 선언에서 벗어나 군사력 규모를 결정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 해군 함정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패네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 태평양 지역 50%, 지중해 지역 50%씩 배치돼 있는 미 해군의 함정 비율을 2020년까지 60 대 40으로 태평양에 더 많이 배치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패네타 장관은 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항공모함의 숫자도 6척으로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미 해군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11척의 항공모함 중 6척을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이 중 엔터프라이즈호는 내년에 퇴역하기로 정해져 있다. 그런 만큼 6척을 유지하겠다는 패네타 장관의 발언은 2015년에 새로 취역할 새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패네타 장관은 또 “단순히 함정의 숫자뿐 아니라 아태 지역에 기술적 능력이 뛰어난 함정들을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네타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아태 지역 안보 전략의 핵심(linchpin)이자 우선순위”라며 “미국이 (재정적자로) 지상군 규모를 5년간 줄이도록 돼 있지만 주한미군은 현재처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태 지역의 중심축 중 하나가 한반도임을 분명하게 선언한 셈이다.

 미국이 안보의 축을 아태 지역으로 옮기면서 중국과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샹그릴라 회의에 미국은 국방장관뿐 아니라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반면 중국은 권력 이양기라는 점을 들어 량광례 국방부장(국방장관) 등 고위급이 대부분 불참했다. BBC방송 등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안보회의를 미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띠자 중국이 고위급 파견을 꺼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패네타 장관과 뎀프시 의장의 동선에서도 엿보였다. 안보회의 직후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을 각각 방문했다. 패네타 장관은 3일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핵심 전략기지였던 캄란만에 도착, 이틀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캄란만을 찾은 미국의 최고위급 관리인 패네타 장관은 “우리는 그동안 특히 국방부문의 관계에서 먼 길을 걸어왔다”며 이제 양국 관계를 다음 단계로 격상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뎀프시 의장의 필리핀 방문은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 런하이취안(任海泉) 중장은 2일 미국의 새 해군 전략에 관해 홍콩 펑황왕(鳳凰網)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위기의식을 강화해야 하며 각종 위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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