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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팥에 눈꽃얼음 … ‘완소 팥빙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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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서울 반포동 떡카페 ‘담장옆에 국화꽃’의 팥빙수. 얼음이 잘 녹지 않도록 보냉 효과가 뛰어난 유기
그릇을 사용한다. 가격은 7000원

빙수의 계절이다. 시원달짝지근한 맛이 더위를 잊게 한다. 최근 인기 있는 팥빙수 트렌드는 팥과 얼음 맛을 강조한 기본에 충실한 팥빙수다. 팥빙수 맛집으로 유명한 서울 반포동 떡카페 ‘담장옆에 국화꽃’을 찾아가 조리 과정을 들여다봤다. 젤리나 아이스크림·시럽 등을 넣지 않고도 맛을 내는 첫째 비법은 ‘맛있는 팥 고르기’에 있었다.

“팥 맛에 힘을 줘라”

팥빙수의 중심은 팥이다. ‘담장옆에 국화꽃’ 오숙경(45) 사장은 “팥빙수 맛은 팥이 좌우한다”면서 “매년 팥 수확철인 10월 전국 산지를 돌아다니며 좋은 팥을 고른다”고 말했다. 좋은 팥은 껍질이 얇아야 한다. 크기는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안 된다. 또 유난히 반짝반짝 윤이 난다면 광택제를 뿌렸을 확률이 크다. 오 사장은 “겉보기에는 중국산 팥이 더 광택이 나고 더 알이 굵어 좋아 보이지만 껍질이 두껍고 맛이 텁텁하다”고 말했다. 국산 팥 중에서도 강원도 팥이 가장 맛있다는 게 오 사장의 평가다. 평지보다 산비탈 같은 경사지에서 자란 팥이 더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특정 산지의 팥만 골라 먹기는 힘든 실정이다. 팥을 주 작물로 재배하는 농가가 거의 없어 수확량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엔 이상기온으로 팥의 작황이 나빠 좋은 팥 구하기가 더 어려졌단다. 또 값도 많이 올랐다. 80㎏ 한 가마 가격이 지난해 50만원에서 올해는 85만원이 됐다.

팥빙수의 팥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푹 삶은 뒤 설탕에 조리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간단치 않다. 우선 조리질을 해 팥에서 돌을 골라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중국산 팥에는 돌이 거의 없어 하지 않아도 되는 과정이다. 팥은 삶기 전에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된다. 껍질이 단단하게 싸고 있어 웬만큼 오래 물에 담가 둬도 불지 않기 때문이다. 팥은 본격적으로 삶기 전 한번 끓여 그 물은 버린 뒤 사용한다. 팥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팥을 삶을 때 물의 양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오 사장은 한 번에 팥 8㎏씩 삶는다. 물 양은 팥 위에 남성 손바닥 두 개를 포개 올려놓았을 때 손등이 완전히 물에 잠길 만큼 맞추는데, 비율로 따지자면 팥 부피의 4배 정도다. 삶기 시작할 때 소금도 약간 넣는다. 팥 1㎏에 소금 35g 정도가 적당하다. ‘담장옆에 국화꽃’에선 팥을 삶을 때 스팀솥을 사용한다. 솥 바닥에 스팀이 통과하며 열을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눌러붙거나 타지 않는다. 만약 팥을 삶다가 태우면 탄 냄새 때문에 한 솥 분량을 모두 버려야 한다. 일반 솥을 사용해 삶을 때는 주기적으로 저어줘야 타지 않는다.

팥은 처음엔 센 불로 삶다가 어느 정도 퍼졌다 싶으면 약한 불로 낮춘다. 설탕은 팥이 충분히 물러져 먹기 좋은 상태가 됐을 때 넣어야 한다. 설탕을 넣은 뒤에는 아무리 오래 삶아도 팥이 더 부드러워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설탕 양은 팥과 같은 양을 넣는 것이 기본이며, 취향에 따라 가감한다. 이때 사용하는 설탕은 흑설탕이나 갈색 설탕보다 흰설탕이 좋다. 설탕을 넣은 뒤에는 남아 있는 물이 팥에 다 흡수되도록 조리면 된다. 소요시간은 팥 8㎏ 기준으로 센 불에서 1시간, 약한 불에서 3시간, 설탕을 넣은 뒤 1시간 정도가 걸린다. 팥의 양이 적으면 조리시간도 짧아진다. 가정에서 팥 1㎏ 삶는다면 총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조린 팥은 설탕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팥죽처럼 쉬 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루이틀 이후에 먹을 요량이라면 냉장고에 넣는 것보다 작게 나눠 냉동실에 보관하는 게 좋다.

상) 팥의 돌을 골라내는 과정. 국산팥에 돌이 더 많다. 중) ‘담장 옆에 …’ 오숙경 사장이 팥을 삶고 있는 모습. 설탕을 집어넣기 직전의 상태다. 사진처럼 팥이 충분히퍼졌을 때 설탕을 넣어야 한다. 설탕을 일찍 넣으면 팥이 너무 딱딱해져 먹기 힘들다. 팥을 삶는 동안 솥 뚜껑은 계속 열어둔다. 하) 제빙기에서 가루얼음이 눈처럼 떨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얼음에 우유와 연유를 더해 맛을 낸다.

눈꽃얼음에 +우유 +연유

팥빙수의 두번째 주인공은 얼음이다. 얼음입자가 고울수록 상품(上品)으로 친다. ‘담장옆에 국화꽃’ 팥빙수의 얼음은 아예 ‘가루’ 재질이다. 스키장에서 인공 눈을 만드는 제설기(製雪機)와 비슷한 원리의 제빙기를 사용한다. 정수한 물을 아주 작은 입자로 만든 뒤 급랭시켜 눈꽃얼음으로 만드는 장치다. 얼음의 맛은 우유와 연유로 낸다. 빙수 그릇에 흰 우유 80mL를 먼저 붓고 그 위에 눈꽃얼음을 절반쯤 채운다. 또 그 위에 연유를 뿌려준 뒤 눈꽃얼음을 마저 넣고 팥을 얹는다. 가루 얼음의 입자가 워낙 고와 우유와 연유의 맛이 금세 입혀진다. 실제 먹어보면 우유얼음을 갈아놓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아예 처음부터 우유얼음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어떨까. 오 사장은 “제빙기에 우유를 넣으면 호스 등 부속품에 우유가 남아 비위생적이고, 우유얼음은 너무 쉽게 녹아버려 팥빙수 만들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루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는 값이 200만∼500만원 정도여서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다. 집에서 만들 때는 우유와 연유를 적당히 섞어 넓적한 용기에 담아 얼린 뒤 숟가락으로 긁어내면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얼음과 팥 위에 뿌리는 ‘고명’도 팥빙수의 맛을 더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담장옆에 국화꽃’의 고명은 인절미와 밤·대추다. 밤과 대추는 성질이 따뜻한 음식이어서 더운 여름에 몸을 보하는 데 효과가 있는 식재료다. 삶은 밤을 설탕과 꿀에 조려 만든 ‘밤초’를 잘게 잘라 얹고, 대추는 경북 경산 대추를 동결 건조시켜 과자처럼 바삭거리게 만들어 둔 것을 구입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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