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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 전원이 특등사수 ‘스나이퍼 소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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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백, 발, 백, 중, 백, 발, 백, 중.”

 31일 오후 강원도 최전방 15사단 신병교육대 사격장. 새로 전입한 신병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사격 예비훈련(PRI·Preliminary Rifle Instruction)을 받고 있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은 PRI가 뭔지 다 안다. 피(P)가 나고, 알(R)이 배기고, 이(I)가 갈린다 해서 PRI라 했다.

 하지만 이날 훈련장에선 힘들어하는 표정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난달 이 사격장에서 창군 이래 처음으로 ‘스나이퍼(저격수)’ 소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특등사수만이 될 수 있는 스나이퍼가 한두 명도 아니고, 소대(24명) 단위로 나왔다는 게 이날 PRI 훈련의 무게를 더한 것이다.

 지난달 있었던 사격평가에서 소대장을 포함한 24명의 소대원 전원이 특등사수 자격을 취득했다는 것이었다. 특등사수 자격을 얻으려면 100, 200, 250m 떨어진 표적에 제한된 시간 내에 20발을 사격해 18발 이상을 명중시켜야 한다. 육군의 경우 사단별로 장병의 40% 이상이 특등사수 자격증을 따도록 지도하고 있다. 일반 부대의 특등사수 비율은 평균 25% 수준이다.

 15사단 소속 김준태(26) 소위는 지난 3월 이후 소대원을 이끌고 사격 집중훈련을 실시했다. 김 소위는 “소대원 전원이 4주간의 집중훈련 기간에는 밥 먹고 사격만 생각했다”며 “단기 집중훈련이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 소대는 사격평가를 앞두고 3600여 발의 실탄을 사용했다. 1인당 평균 150발씩 쏜 셈이다.

 이 소대가 총을 실제 많이 쏴 본 건 아니다. 그런데도 사격술이 좋아진 것은 스크린 골프장과 비슷한 실내 사격장 연습 덕분이었다. 15사단은 지난 3월 신병교육대에 가로 6m, 세로 30m의 실내 사격장을 신축했다. 500만원을 들여 캠코더와 컴퓨터, LCD TV도 갖췄다. 사단 관계자는 “실내 골프 연습장에서 스윙 자세를 녹화한 뒤 다시 보면서 교정하는 데 착안해 실내 스크린 사격장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못 맞히면 즉시 얼차려를 하던 과거의 ‘정신력 위주’의 훈련에서 탈피해 IT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동수(22) 상병은 “방아쇠를 당길 때 습관적으로 머리를 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녹화된 모습을 보고는 표적이 넘어갈 때까지 자세를 유지하도록 교정해 특등사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위 휘하의 스나이퍼 소대는 저격 임무를 주특기로 하는 특수부대는 아니다. 다만 최전방 경계근무에서 스나이퍼다운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큰 자신감이 된다고 한다. 분대장인 한종현(22) 병장은 “최전방에 근무하는 소대원 모두가 스나이퍼로 변신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자신과 전우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나이퍼(sniper)=저격수. 사격 실력이 뛰어나 적의 요인이나 테러범 저격을 맡는다. 망원경과 특수 조준경이 부착된 저격용 소총을 사용해 수백m 밖에서 한 발로 명중시키는 사격 실력을 지닌다. 특수전사령부 소속 저격수들은 6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풍선을 맞히곤 한다. 국가 주요 행사나 대테러 작전에 투입된다.

[사진=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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