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하반기 경기회복 낙관할 수 없다"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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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구조조정이 늦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경제상황이 더욱 안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계속 하강하고 있는 경기는 아무리 빨라도 하반기가 돼야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기가 바닥을 치더라도 곧바로 상승국면에 진입한다고 속단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는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 자금경색 완화 등의 조짐으로 미뤄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일부 시각과 상반기중에 저점이 온다는 정부의 견해에 비해 훨씬 비관적인 전망이다.

KDI 거시경제팀의 심상달 선임연구원은 30일 "당초 KDI는 상반기의 철저한 구조조정을 거쳐 하반기에는 경제가 조금이나마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었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서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해 낙관할 수 없으며 오히려 안좋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회사채 신속인수방안 등에서 드러났듯이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등 우리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투자심리는 여전히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대.삼성.LG경제연구소 역시 자금시장이 다소 회복징후를 나타내고 있으나 실물경제는 여전히 하강하고 있으며 구조조정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경
기 저점통과론을 일축했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장은 "경기저점은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면서 "저점을 찍더라도 경기곡선이 V자형을 그릴지 아니면 L자형으로 나갈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증권쪽에서 약간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실물경제는 거의 죽었으며 금융의 반짝세가 실물까지 확산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다음달에 금융구조조정을 끝낸다고 하나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작년 4.4분기부터 내수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수출도 줄어들고 있어 실물경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저점이 지났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소 전종규 책임연구원은 "경기가 작년 하반기들어 위축되기 시작했고 수축기간이 보통 17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저점은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온다"면서 "그러나 경기사이클 기간이 단축되는 추세를 감안하고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가정한다면 하반기중 경기반등이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올해 1.4분기까지는 경기가 계속 하락하다 2.4분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 상승국면에 들어간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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