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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료 주세요" 해외서 대박난 메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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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페루에 문을 연 토종 브랜드 할리스 커피점에서 고객들이 메뉴를 고르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고구마라테가 인기다. [사진 할리스커피]

미숫가루라테, 고구마라테, 유자차…. ‘한국 맛’을 앞세운 토종 커피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한창이다. 커피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 속에 입지를 다진 토종 브랜드들이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한국 맛을 들고 역수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엔 한류(韓流)를 등에 업고 태국이나 필리핀·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로 주로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엔 커피 체인점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미국이나 페루 등에까지 진출해 한국의 맛과 한류를 더 넓게 전파하는 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매장 두 곳을 운영하는 할리스는 현지 메뉴판에 아예 ‘한국 음료(Korean bereage)’ 코너를 따로 표기하고 있다. 고구마라테나 요구르트와 커피를 배합한 아이요떼, 유자차 등이 적혀 있는 이 메뉴판은 현지인들 사이에 ‘반드시 맛봐야 할 필수 코스’가 됐다.

할리스 정수연 대표는 “처음엔 한류 열풍으로 호기심에서 한국 음료를 찾은 것 같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맛에 매료된 현지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차별화된 한국의 맛과 한국식 서비스야말로 토종 커피 브랜드가 잇따라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요약했다. 고구마라테는 할리스가 2004년 처음 개발한 메뉴로 삶은 고구마를 으깨 우유와 섞어 만들었다.

 올 초 문을 연 미국 뉴욕 맨해튼의 카페베네 매장에서는 미숫가루라테가 하루 200잔 이상 팔린다. 간단한 식사를 즐기는 바쁜 뉴요커를 겨냥해 브런치 메뉴로 내놓은 참치와 치즈맛 김밥도 반응이 좋다. 이 회사 홍주혜 과장은 “하루 2000명 이상이 몰려 1만 달러(약 117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연내에 LA에 2호점을 내는 등 미국 내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A에서만 8개 매장을 운영 중인 톰앤톰스는 강한 마늘맛이 나는 갈릭 브레드를 출시해 현지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빵에 버터를 발라 내놓는 현지 커피 전문점들과 달리 가루를 낸 마늘을 빵 앞뒤에 뿌려 한국식의 강한 매운맛으로 차별화한 것이다.

 ‘한국식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24시간 영업과 차별화한 매장 컨셉트, 숙련된 바리스타가 관리하는 일정한 커피 맛 등이다. LA 톰앤톰스는 24시간 영업으로 올빼미족 사이에 명소가 됐다. 이 회사 이문희 마케팅기획팀 대리는 “국내에서는 커피전문점 간 경쟁이 치열해 24시간 문을 여는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LA에는 이런 곳이 드물다 보니 올빼미족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종 커피브랜드들은 또 아르바이트생이 가게를 지키는 현지 업체와 달리 숙련된 바리스타가 영업장을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야 24시간 내내 제대로 된 맛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5~6명이 회의를 할 수 있는 비즈니스룸이나 책장 등으로 매장을 꾸민 점도 현지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중순 카페베네 가맹점 대표단의 일원으로 뉴욕 매장을 둘러보고 온 인천 신포점 박준수 대표는 “한국에선 흔한 매장 벽면을 책으로 꾸민 북 카페 컨셉트를 뉴요커들은 특이하다며 호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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