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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e-Biz 필수 솔루션으로 급부상 [1]

중앙일보

입력

새해 들어 외국계 대형 솔루션업체들과 국내 중견 솔루션업체들이 대거 실적 발표를 하면서 ERP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작년 e비즈니스 빅뱅 시기를 맞아 다소 과도기를 거쳤지만, 올해는 CRM 등 e-Biz 솔루션과의 결합이 강화되면서 시장이 50% 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새해 들면서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연초부터 외국계 대형 솔루션업체들과 국내 중견 솔루션업체들의 구축 사례 발표나 실적 발표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 업계는 작년 주춤했던 시장이 올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매출 목표 등을 대폭 상향조정하고 있다.

독일계 기업으로서 95년에 설립된 SAP 코리아(대표 최승억)는 4대 그룹 등 매출 2천억원 이상의 대기업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는 ERP 솔루션의 대표 주자. 이 회사는 작년 5백50억원의 매출 실적에서 올해 1천억원 이상으로 매출 목표치를 높였다.

마케팅 담당 한나영 과장은 “올해 경기 전망이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1백% 성장의 공격적인 목표를 잡았으며, 기존 고객 대상의 확장 ERP 판매, 신규 ERP 고객 기업 확보 등으로 무난히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1천개 기업이 영업 타깃인데, 아직 8백여 기업이 도입하지 않아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중견기업 80%가 잠재 시장

경영 체질을 개선하고 e-Biz를 구현하기 위한 기업들의 호응으로 ERP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SAP는 99년에 내부 영업력이 약화되고 리더십에 대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발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재탈환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작년 7월부터 (주)SK, LG화학, 제일제당 등의 굵직한 비즈니스를 성사시킴으로써 작년에만 30여 곳의 대기업 고객사를 신규로 확보한 상태.

지난 8일에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 제조업체인 (주)SK에버텍이 SAP의 ERP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개통 행사를 가진 바 있다. 이번 구축은 생산운전정보를 실시간으로 ERP 시스템에 연계시킴으로써 국내 화학산업의 정보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매업무에 대한 전자결재를 실현했고, 생산정보시스템 및 출하자동화 시스템과의 유기적인 인터페이스도 구축해 ERP의 계획 및 표준정보와 생산 현장의 운전 및 출하정보가 실시간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했다.

SAP와 함께 ERP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 역시 전년도 대비 70% 성장해 작년 1천7백억원 규모였던 국내 ERP 시장이 올해 2천5백억원 수준으로 5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보담당 이교현 팀장은 “그 동안 기업 내부의 기간 업무인 회계, 재무, 인사, 생산관리 부분에 집중됐던 ERP 적용이 이윤 창출의 근간인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나 CRM(고객관계관리)로 확산되고 있다”며 “작년 8월 구축된 화학 B2B인 켐라운드는 국내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백10여 개 가입자를 확보하고 일 평균 3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SAP에 비해서는 올해 다소 보수적인 영업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오라클은 경제 위기 및 투자 위축에 따라 수주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것을 우선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기업간 통합화 추세, 수익 창출을 위해 CRM을 구현함으로써 내부 효율성 증대를 꾀하려는 추세, 공공 및 서비스 부문과 중견기업의 e비즈니스 구현 추세 등으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는 전망에서는 SAP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ERP 비즈니스에는 솔루션 업체들뿐만 아니라 서버 등을 공급하는 하드웨어 업체들도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컴팩코리아(대표 강성욱)는 99년 2천2백억원, 작년 3천2백억원 규모였던 국내 시장이 올해 4천2백억원으로 3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컴팩은 매출 2천억원 이상의 대기업과 매출 5백억∼2천억원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원화된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으며, 대기업에게는 SAP와 오라클의 솔루션을, 중소기업에게는 자사의 자체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컴팩도 지난 9일 사무용품 전문 B2B업체인 아이피스의 ERP가 1개월간의 시험 운영기간을 거쳐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ERP 도입 당사자인 아이피스도 기존의 B2C 형식의 전산체계를 B2B 기반의 e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면서 주문과 배송, 계산서 발행 등 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관리, 처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의 최건 대표는 “e비즈니스 시스템의 도입으로 배송센터에서 입고, 배차, 정산 등에 걸리는 총 경비를 83.3% 절감시켰으며, 회원 수도 급증하고 있어 올해 매출 목표인 4백40억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긍호 전산팀장도 “클릭 횟수 단축, 다양한 결재 방법과 인터넷을 통한 24시간 서비스 제공, 빨라진 배달 시간 등 쇼핑 편의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가입 고객이 시험 운영 기간 전에 비해 2백% 증가했으며, 경기가 더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쇼핑몰 매출은 1백95%, 방문객 1인당 쇼핑액은 20%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터넷을 기반으로 쇼핑몰, ERP, WIS(창고정보관리시스템)를 통합함으로써 비용절감 및 업무효율화를 통한 수익창출 모델을 구현했으며, 다음 단계로 e마켓플레이스, 협력사들과의 인터넷 기반 거래 시스템 등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RM 등 e-Biz 필수 솔루션과 연계 강화

SAP의 ERP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개통식을 가진 (주)SK에버텍.

97년부터 uniERP를 자체 개발해 국내외에 1백60여 개의 고객 사를 확보한 삼성SDS(대표 김홍기)도 99년과 작년 각각 1백10억원과 1백16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8백30억원(국내 2백60억원·해외 5백70억원)으로 목표치를 크게 늘렸다.

이 회사 솔루션 부문의 마케팅 관계자는 “작년에는 최신 IT 기술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급격한 과도기적 변화에 따른 ERP 도입 거부감이 상존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올해는 ERP와 e비즈니스 솔루션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ERP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인성정보(대표 원종윤)도 새해 벽두부터 제조업 회사인 코맥스와 평화기공 두 곳으로부터 10억원 가량의 ERP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 회사의 조영미 홍보팀장은 “제조업 및 유통업체를 겨냥해 3년 동안 투자하고 개발해온 ERP플러스의 성과이며, 향후 e비즈니스와 CRM(고객 관계관리) 개념을 포괄하는 확장 ERP로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RP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90년대 초에 붐을 일으킨 바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국내 최초로 96년에 삼성전자가 ERP를 도입했으며, 97년과 98년에 한차례 시장이 크게 성장했었다. 특히 IMF를 계기로 시장이 위축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원가절감, 연결재무 등을 비롯한 경영혁신과 효율성의 차원에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지난 달 13일, ERP 도입을 지원중인 29개 중소기업 가운데 9개 업체를 샘플 조사한 결과 인력이 평균 5명 정도 감축되고, 생산 및 납품 기일이 5∼7일 정도 단축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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