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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부시 감세안 지지…금리인하 시사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25일 의회에서 최근 미국경제가 급격히 둔화됐다고 밝히고 이러한 상황이 확산될 경우 세금감면이 경제에 유익할 것이라고 전망, 감세정책을 추진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 행정부에 중대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증언을 통해 예상되는 재정흑자가 늘어남에 따라 세금감면의 여지가 생겼다고 지적하고 "만일 현재의 경제 약세가 지금 예측한 것 이상으로 확산된다면 세금 감면이 아마도 눈에 띄게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미국경제 상황에 대해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바로는 우리(경제)는 매우 급격한 둔화를 겪고 있다. 우리는 아마도 지금 이 순간 (경제성장률이)0(제로)에 매우 접근해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인플레 압력은 억제됐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경제상황에 언급한 것은 지난 3일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키로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FRB가 지난 연말 시작된 경제성장 둔화조짐을 얼마만큼 심각하게 보는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이날 증언에서 FOMC가 다음 주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으나 급격한 경제성장둔화와 인플레 압력 부재에 관한 발언은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앞서 이날 미리 준비한 증언에서 "앞으로 수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흑자 규모가 계속 상향조정돼 우리 앞에 놓인 선택과 기회가 새로운 모양을 띄게 됐다"고 지적하고 최근 자료는 국가부채 감축과 감세를 포함한 기타 재정흑자를 이용할 정책구상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충분한 자원을 보유할 가능성이 증대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의 행정부도 국가부채를 상환하면서도 세금을 감축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흑자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부채를 줄여나가면서 세금을 감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세금감면을 지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고 그 판단은 의회와 행정부가 정치적 과정을 통해 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캠페인기간 부터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1조6천억 달러의 재정흑자를 향후 10년간 일률적인 세금감면을 통해 납세자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정책공약을 내세우고 이를 추진중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장기적인 감세계획이 "단계적으로 도입"되어야 하며 의회는 차후 세수 예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재정흑자기조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경우 감세정책을 중단할 수 있는 모종의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한 비판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이 재정흑자를 축소시켜 연방정부의 부채상환 노력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동안 재정흑자를 국가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방안을 지지해온 그린스펀 의장은 아직도 부채축소에 재정흑자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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