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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3국 이번엔 ‘올리브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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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유럽에 ‘오일 쇼크’가 강타했다. 주인공은 석유가 아닌 올리브유다.

올 들어 올리브유 소비가 줄면서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리브 최대 생산지는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 재정위기의 진원지와 겹친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농촌지역의 주 수입원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에 주름살이 늘고 있는 것이다.

 27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달 올리브유 가격이 1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고급품인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유의 도매 가격은 현재 t당 2900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2006년 t당 6000달러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가격 급락을 이끈 건 소비 부진이다. 재정위기 여파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보다 싼 식용유를 찾는 가정이 늘었다. 스페인의 수퍼마켓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제품은 1L에 3.25유로, 보통 품질의 제품은 1.99유로에 판매한다. 이에 비해 해바라기유는 1.25유로면 살 수 있다. 국제올리브협회는 올해 스페인의 올리브유 소비가 2002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소비도 1995년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다.

 유럽 농업협동조합협회의 페카 페소넨 회장은 FT에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생산국들에 있어 올리브는 농촌지역 고용에 큰 영향을 주는 핵심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올리브유의 70%는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가 생산한다. 특히 빈곤층이 많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등에서 올리브 농사는 생계와 직결된다. 올 1분기 안달루시아 지역의 실업률은 33%까지 치솟았다. ‘올리브유 쇼크’가 경제적 위기를 넘어서 정치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유럽연합(EU)이 팔을 걷어붙였다. 남아도는 올리브를 비축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EU의 농업정책 관계자들은 이런 조치가 가격 급락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는 이를 ‘농산물판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위기에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의 국채 값이 급락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해당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인 것과 유사하다는 의미다.

 전 세계 올리브 생산량은 2009년 1824만t을 기록했다. 스페인이 전체의 3분의 1가량인 620만t을,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각각 360만t과 244만t을 생산해 생산량 순위 1~3위를 차지한다. 이들을 포함한 지중해 연안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올리브유 올리브 열매를 으깬 뒤 압착하고 원심 분리해 뽑아낸 기름. 화학약품 처리를 전혀 하지 않은 기름이 버진 올리브유(Virgin Olive Oil)다. 이 중에서도 최고급품이 엑스트라(Extra) 버진 올리브유다. 정제 올리브유는 산도를 낮추는 정제 과정을 거친 기름이다. 올리브유는 비교적 서늘하고 추운 겨울이 없는 지중해 유역에서 주로 생산되며 구약성서에도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이용되었던 식용유이다. 식용유 중에서 최고급품으로 세계적으로 귀중하게 사용되는데 특히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요리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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