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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정보 한 방’의 유혹, 그건 착각이자 오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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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호 23면

‘정보=돈’이라는 등식을 주식시장만큼 절감하는 곳은 없다. 요즘에는 아마도 그리스 사태가 돈과 가장 밀접한 정보일 것이다. 그리스 현지 언론의 작은 뉴스조차 금융위기 연관성을 따져 언론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간다. 아쉬운 건 그리스에 대한 나만의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역만리 유럽 땅 그리스가 우리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유럽 재정위기 이전에 그리스의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몇 배나 되는지 누가 관심이나 가졌으랴.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전쟁은 정보전이다. 전쟁터 같은 주식 투자의 세계에서도 정보전은 승패를 가른다. 다들 기업 내부나 주변의 은밀한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시장에 공개된 정보는 다들 아는 내용이므로 정보로서의 희소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좋은 정보 없느냐”고 지인들을 다그친다. 그렇다고 기업 내부자 정보에 탐을 내다간 어떤 화를 입을지 모른다.

정보가 너무 많은 것도 고민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거의 무제한의 정보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겠는가. 어떤 정보가 주식시장과 연관이 있는지 구분하는 것조차 헷갈리기 일쑤다. 이들의 고민 역시 “정보가 너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먹을 게 별로 없는 잔칫상이다.

도대체 주식시장에서 돈이 되는 정보, 가치 있는 정보는 뭘까. 요즘처럼 유럽 위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한 종목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는 잘만 고르면 반등 시 단숨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단꿈에 빠진 투자자들이 있다. 그런데 주가가 오를 만한 주식을 찾으려면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모멘텀(Momentum)’이 필요하다. 모멘텀을 직역하면 탄력·가속도쯤 되겠는데, 주식시장에서는 ‘현 주가 흐름을 바꿀 변수’란 뜻이다. 모멘텀은 어딘가 은밀한 정보에서 나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 투자를 하면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노(No)’다. 비밀스럽게 얻은 정보라고 가치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에서 잘나가는 중견 간부 친구가 “끝내주는 정보가 있으니 술 한잔 사라”고 연락 오는 경우가 간혹 있을 것이다. 내 보기엔 그런 정보는 십중팔구 죽은 정보다. 아마도 그 친구한테서 그 정보를 듣게 될 수십 번째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도 그런 경험이 많을 것이다. “이건 큰 비밀인데 특별히 너한테만 이야기한다. 절대 다른 친구한테 얘기하지 마!”라는 동급생의 말을 들은 뒤 이튿날 등교해 보니 거의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었다. 주식시장의 정보 유통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은밀한 정보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고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내부정보 이용에 따른 법적·윤리적 문제를 따지기 앞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라도 그 회사와 관련된 한 가지 단선적인 사건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거시적·미시적 여러 변수가 중첩돼 움직인다. 내가 어떤 기업에 대해 한 가지 좋은 정보를 얻었다 해도 주가 방향이나 움직임의 정도가 생각한 대로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해당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웬만한 정보를 두루 꿰지 않는 한 귀동냥한 한 가지 정보는 아무리 그럴싸해도 큰 의미가 없다. 정보 덩어리 전체의 일부 조각일 뿐이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뜻하지 않게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은밀한 기업 내부 정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하나 둘 유익한 정보를 모아 나가다 보면 결국 퍼즐을 맞출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착각이자 오만이기 쉽다. 더구나 요즘처럼 정보가 급변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정보를 매일 수집해 업그레이드하기 어렵다. 기업 내부 정보에 맛을 들이는 건 위험천만이다. 내부거래 등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지만, 잘 모르는 주식을 단선적 정보만으로 사다 보면 해당 기업의 가치가 얼마인지 잘 몰라 언제 팔아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도도 없이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을 헤쳐나가는 것과 같다.

무엇이 가치 있는 정보인지 무 자르듯 따지긴 쉽지 않다. 하지만 범람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주식 투자에 이용하는 요령은 있다고 본다.
첫째, 특정 정보가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정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TV에서 뉴스 앵커나 경제기자, 증시 전문가가 하는 말을 듣다 보면 마치 이를 듣는 본인도 그 사안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착각일 때가 많다. 막상 이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려 하면 쉽지 않다.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대충 결론만 어물어물하기 일쑤다. 주식시장 정보도 마찬가지다. 뉴스나 증권사 보고서 등에서 접한 정보가 자신의 이해 범위를 좀 넘어선다 싶으면 과감히 버리자. 그럴싸한 정보 같아 해당 주식을 덜컥 사는 것은 위험하다. 스스로의 이해도를 정직하게 체크해야 쓸데없는 투자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완벽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든 정보만 주식 투자에 활용하자. 그렇지 못한 정보는 공부를 더 하든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이 좋다.

둘째, 정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복잡하게 생각하되 이를 통해 내리는 투자 결정은 단순하게 하자. 괜찮아 보이는 정보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운 뒤 각각의 결론을 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들 결론이 향후 미치게 될 최소한·최대한의 영향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향후 유사한 유형의 정보를 접했을 때 빠르게 본질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라는 최종 결정을 내릴 때에는 단순함을 추구하자.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시나리오를 선택해 신속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실제 투자할 때까지 복잡한 공식을 적용하게 되면 주가 하락 시 그 공식에 들어간 변수들이 서로 엉켜 마음이 흔들리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현명한 주식투자자는 정보의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상상력을 동원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정보라는 구슬은 도처에 넘치지만 이를 자신만의 노하우로 꿰어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이채원(48) 펀드업계의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린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사들이는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 운용펀드인 ‘한국밸류 10년 펀드’는 장기투자 취지에서 3년간 환매를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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