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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첫 파산 선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된서리를 맞았던 벤처기업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파산선고를 내렸다.

서울지법 파산2부(재판장 이형하.李亨夏 부장판사)는 21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벤처기업 N사의 화의개시 결정을 폐지하고 직권으로 파산선고 결정을 내렸다.

N사는 지난해 부도후 화의를 신청했던 기업으로 법원이 화의를 인가하지 않고 직권으로 파산을 결정한 것도 이례적이어서 벤처기업의 무리한 투자와 무모한 화의신청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N사는 설립 초기 벤처투자 열기와 맞물려 손쉽게 거액의 자본을 유치하자 시장분석없이 과도한 시설자금을 투입했다"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지자 가입자 증가율을 높이려 원가에도 못미치는 덤핑 행위를 해 저수익 고비용 구조와 자금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N사는 재정적 파탄으로 부도가 나 화의를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화의개시결정을 받았으나 이 회사가 제시한 화의조건은 이행가능성이 없고 제때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해 화의절차를 폐지하고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화의를 신청한 벤처기업은 N사가 처음으로 법원이 화의 신청 기업에 대해 인가전 직권으로 파산선고를 내린 것은 최근 대구의 S사에 이어 두번째다.

화의는 법원의 감독을 받는 법정관리와는 달리 채권단과 계약을 맺어 채무를 갚아나가는 제도다.

파산부 관계자는 "과거 화의 신청 기업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화의를 인가했으나 앞으로는 장래의 수익성을 엄격히 따져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 단호하게 화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게 법원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N사의 사업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만큼 파산하더라도 가입자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사는 99년 설립돼 가입자들의 PC와 인터넷TV 등 단말기까지 랜(LAN)망을 설치해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초고속 인터넷사업을 벌여왔으나 무리한 투자 등으로 지난해 9월 도산, 화의를 신청해 화의개시결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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