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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시간제 비정규직 14%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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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중계동에 사는 이종교(42·여)씨는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일주일에 네 번,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일종의 시간제 근로다. 수입은 한 달에 200만원 정도. 결혼 뒤 두 아이를 낳고 주부로 지내던 그는 2년 전 이 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데다 아이 학원비 부담도 있어 취업을 생각했다”며 “오전엔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만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58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0.7% 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2009년 3월 537만4000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비정규직 증가세를 이끄는 건 여성과 40대 이상이다. 1년 새 남성 비정규직은 6만 명(2.2%) 줄었지만, 여성은 9만8000명(3.3%) 늘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주당 36시간 미만 일하는 여성 시간제 근로자가 15만5000명(14.4%) 급증했다.

송성헌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는 아무래도 시간제 근로가 더 편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아나 가사를 위해 노동시장을 떠났던 여성이 파트타임으로 돌아온 것이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새 9.8% 늘었다. 50대(3.6%)와 40대(1.6%)도 비정규직이 많아졌다. 이에 비해 10~30대 연령층에선 비정규직이 전년보다 줄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0, 60대 고연령층이 은퇴 이후 눈높이를 낮추면서 이들의 비정규직 취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용이 늘고는 있지만 질적인 수준은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에 대한 대우는 정규직만 못하다. 비정규직의 올 1~3월 월 평균임금은 143만2000원으로 정규직(245만4000원)의 58% 수준이다. 퇴직금이나 상여금을 받는 비율은 40% 안팎으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5%로 정규직(78.3%)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더라도 고용 자체가 늘어나는 건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과거엔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주부나 고령자가 파트타임이라도 일할 곳이 늘어난 건 바람직하다”며 “다만 그렇게 생긴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졸 이상 고학력층 비정규직도 지난해보다 8만2000명(4.5%) 늘었다. 전체 비정규직 중 3분의 1이 대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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