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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종북과의 전쟁 … 정치권은 “너무 앞서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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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홍 집행위원장, 강 위원장, 민병렬 집행위원장. [오종택 기자]

한상대 검찰총장의 의지냐, 의욕 과잉이냐. 검찰의 통합진보당 수사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검찰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검찰은 “모든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치권은 신중한 반응이다. 과도한 정치 개입을 우려해서다. 또 검찰 수사가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진보당이 탄압을 받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23일 “이번 수사는 한상대 총장의 평소 지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 총장이 종북 좌파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종북 좌파 척결’을 검찰의 최우선과제로 선언했다. 취임 직후 대검 공안부 업무보고 때는 ‘왕재산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등 공안 쪽에 비중을 많이 뒀다. 전임 총장들과는 확 달라진 행보였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정당 발전에 저해되는 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그는 “통합진보당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명조치 등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할 때 하필이면 압수수색을 해서 오히려 당 내부를 흔들어 버리는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도 자업자득한 면이 있지만 검찰이 정당 문제에 너무 깊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검찰의 과잉 의욕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불법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수사의 초점은 부정경선에 맞춰야 한다. 종북 논란 등 특정 사안을 겨냥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고, 현 상황에서 맞지 않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대신 정치적 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민의 걱정이 큰 만큼 문제가 되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일부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제명안 추진을 민주통합당에 조만간 공식 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은 확실하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상대 총장과 검찰 공안라인은 대선을 앞두고 종북세력들의 제도권 정치 개입을 막고 정상적인 정치세력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검찰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로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인 등의 사퇴 문제를 처리하려는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의 일정은 늦춰졌다. 강기갑 위원장은 이날 문제가 된 당선인의 사퇴시한을 25일까지로 늦췄다고 밝혔다. 혁신비대위는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30일 이전까지 이들의 사퇴 또는 출당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한편 통합진보당 당권파 당원 4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강 위원장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과 중앙위원회 안건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또다시 정면 충돌을 예고한 셈이다.

이동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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