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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620, 박지원 615호 … 6층이 실세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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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회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6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 사무실 배정을 완료했다. 가장 실세층은 새 건물인 제2 의원회관 6층이 될 듯하다. 양당 핵심 인사들이 나란히 입주하기 때문이다. 제2 의원회관은 국회가 2212억여원을 들여 이번에 새로 만든 곳(본지 5월 22일자 1면)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620호를 배정받았다. 양화대교가 보이는 한강 조망권이다. 박 전 위원장 주위엔 이한구 원대대표(618호), 진영 정책위의장(622호), 김영우 대변인(627호), 홍일표 원내대변인(623호) 등 주요 당직자들이 포진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615호에 둥지를 틀었다. 박 원내대표는 ‘남북 6·15 공동선언’의 주역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18대 국회 때부터 615호를 고수해 왔다. 그의 측근인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옆방(616호)을 차지했다. 여야 원내사령탑이 6층 지근 거리에서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소전을 벌이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의 방은 불과 15m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서로 ‘불편한 이웃’이 될 듯하다. 박 전 위원장은 21일 자신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한 박 원내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두 사람은 이날도 신경전을 벌였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의 고소가)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 하고 더욱 저를 흥분하게 했다”며 “(함께 고소당한) 나꼼수의 주진우 기자가 만난 사람의 육성 녹음을 갖고 있고, 저도 복수의 유명 인사가 진술해 준 내용이 있기 때문에 기다려보면 진실이 누구에게 가는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했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휴”라며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해 이번 기회에 네거티브를 뿌리 뽑아줬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그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겨냥해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허위로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나 언론은 국민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다른 대권주자들은 공교롭게도 각각 다른 층을 선택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325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818호를 배정받았다. 민주통합당 당권주자인 이해찬·김한길 의원은 새 건물 1001호, 918호를 선택했다.

 이례적으로 ‘옛 건물’인 제1 의원회관을 선호한 실세도 있다. 정몽준 의원은 762호를, 황우여 대표는 871호를 선택했다. 각 당은 대부분 선수와 연령을 기준으로 다선·고령 의원을 새 건물에 배정했다. 그래서 제1 의원회관엔 주로 초선 의원들이 포진하게 됐는데, 이들은 본인의 취향에 따라 기존 건물에 남겠다고 한 것이다.

 제1 의원회관은 기존 방 두 개를 트는 공사를 해야 해 조만간 이들은 ‘메뚜기처럼’ 방을 옮겨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초선 가운데 제2 의원회관을 배정받은 인사들은 대선 주자인 문재인 고문 외에 새누리당의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비례대표 당선인이 있다. 조 당선인은 초선이지만 경호 문제를 고려한 듯 새 건물 최고층인 1011호에 배정했다.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당선인은 아직 사무실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인의 사무실 위치에 대해 “논의할 형편이 못 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일현·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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