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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예비단계부터 형사처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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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목과 가슴 사이 쇄골 위에 나무판자를 대고 망치로 쳐 자해행위를 한다. 그리고 아픈 통증을 참아가면서 횡단보도 신호대 앞에서 기다리다가 여성이 운전하는 예쁘게 생긴 외제차를 골라 뛰어든다’.

 필자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던 중 직접 인지한 보험사기 사건의 전말이다. 3~4명이 공모해 자신들의 쇄골에 돌아가면서 자해행위를 한다. 뼈에 금이 가는 선상골절이 되도록 순간적으로 재치 있게 충격을 가해야 한다. 만약 뼈가 부서지는 분쇄 골절이라도 되면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탄로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곤 건널목에서 급정차하는 차량을 기다렸다가 뛰어드는 방식으로 거액의 보험금과 합의금을 뜯어낸다. 이것만이 아니다. 필리핀으로 원정을 가 자신의 양다리를 절단하고 교통사고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들통 나지 않게 현장 확인이 어려운 먼 나라 외진 곳을 범죄 장소로 선정한 치밀함도 보여주고 있다. 자칫 사고조사가 허술했더라면 2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보험금을 노리는 범죄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현대문명국가에서 보험은 사회 보장적인 성격을 가지는 공조제도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런 보험제도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범행으로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2007년 3만922명에서 2010년 5만4994명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적발금액만도 2007년 2045억원에서 2010년 3467억원으로 69.5%나 증가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보험범죄의 억제를 위한 범부처 간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다양한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을 구성해 금융감독 당국과 함께 상시 감시·감독 활동을 강화하고, 각 지방검찰청과 경찰청에는 전담검사·전담직원 등을 배치해 특별단속반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병의원 관계자 등 주요 보험대상 업체의 경우 비위사실이 적발되면 행정제재를 강화해 가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의 강화나 행정적 제재는 사후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날로 교묘해지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전 공모단계에서부터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보험에 가입한 후 자해하거나 보험에 가입한 물건을 파괴하는 예비적 행위도 처벌하는 특례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선진 입법 국가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러한 예비행위를 보험사기죄의 독자적인 형태로 형법에 편입해 처벌하고 있다.

 자칫 사기의 예비단계에 형법이 개입함으로써 과잉처벌의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빈틈없는 입법기술을 동원해 보험금 수령 이전에 행위를 중지하는 경우 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형사처벌을 완화해 줄 수 있다. 주관적인 의사나 단순한 혐의만을 가지고 피보험자를 범죄인 취급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를 위해 사고조사관에게 필요한 전문적인 조사능력과 예의범절을 갖추도록 하고, 과학적인 조사기법의 개발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보험제도는 복지국가로 가는 데 필수적인 사회안전망이고 국제신용거래에서도 기본적인 전제요소가 되고 있다. 건전한 보험문화의 정착에 걸림돌이 되는 보험사기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기행위를 예비단계에서부터 형사 처벌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보험사기죄를 형법의 특별조항으로 편입해 예방 기능을 강화해 가는 것이 국제 추세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