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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출신이 비즈니스해야 대박 터뜨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제 하락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제2의 인터넷 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또 PC만이 아닌 가전, 휴대폰 등의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 사무 및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포스트 PC 시대가 임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IT 업체들의 올해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Sunis the dot in .COM’ 세계적인 IT 기업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압축한 말로, 인터넷과 기업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2000년 회계연도에 1백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말에는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가 세계 3분기 유닉스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시장 조사 결과, 매출 및 판매 대수에서 IBM, HP, 컴팩 등 경쟁사를 큰 차이로 제치고 썬이 1위 자리를 고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썬은 네트워크 시대의 강자이며,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회사다. 인터넷 솔루션을 넘어서서 모바일·포스트 PC·임베디드 시대에 더욱 각광받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JAVA)’도 이 회사의 작품이다. 따라서 이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제품과 서비스는 모두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의 구축과 유지에 관련돼 있다.

네트워크 경제 시대의 최강자가 목표

지사인 한국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이상헌 대표(54)는 “네트워크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컴퓨팅 분야에서 넘버원 프로바이더가 되는 게 썬의 미션이고 비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썬의 미션은 작년 11월 발표된 ‘넷 이펙트(Net Effect)’ 전략을 통해 더욱 확대, 강화돼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는 물론 휴대폰과 TV 등 모든 전자기기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인프라 솔루션 시장을 주도해나가겠다는 것.

이상헌 대표 약력

  • 47년 2월 11일 출생
  • 69년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 76년 美 워싱턴 주립대 공학 석사 및 MIT 공학박사
  • 76∼79년 Honeywell 반도체연구소 연구원
  • 79∼82년 Control Data Corporation 기술매니저
  • 82∼88년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엔지니어링 디렉터
  • 88∼97년 한국 디지털 총괄 부사장
  • 97∼99년 한국 NCR 사장
  • 99.7∼현재 한국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대표

  • 회사 내에서 영문 이름인 샘(Sam)으로 불리길 좋아하고 별명이 지킬박사라고 스스럼없이 밝히는 그는 만나자마자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문과 출신이라고 했더니, 문과 출신과 이야기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얘깃거리가 많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 자신은 완벽한(?) 공대 출신이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MIT에서 공학박사까지 밟았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재료 개발, 반도체 관련 분야의 직장 생활도 했다. 부인도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장남은 미국에서 의대를 다니고 딸은 썬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문과 출신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공학도나 IT 산업 종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창조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원들에게 수시로 “튀는 사람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자바(JAVA) 역시 95년에 만들어질 당시 ‘한 번 개발해서 어디서든 사용한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 ‘5년 뒤에 인터넷이 퍼지면 PC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손에 손에 작은 기기들을 들고 다니면서 인터넷을 할 것’이란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특정 시스템이나 운영체제에 종속되지 않는 개발 언어를 만든다는 것은 그의 말처럼 괴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하반기부터 인터넷 경제 활력 찾을 것”

    그는 “공학도가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실사구시(實事求是)가 기업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사업을 한다면 자금 문제를 얼마만큼 콘트롤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가 성패를 결정짓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돈 빌려 사업하는 시대는 끝났으며, IT 시대의 비즈니스는 공학적인 지식과 기업가 자질이 조화돼야 폭발력을 가지며 성공할 수 있다.

    그는 올해 세계 IT시장과 국내 IT시장을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본사의 전망과 지사의 전망을 종합해서, “경제 하락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제2의 인터넷 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PC만이 아니라 가전, 휴대폰 등의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 사무 및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가 임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IT 업체들의 올해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제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IT 업무의 아웃소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ISP나 ASP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서버 시장의 예를 들면, 다른 경쟁 업체들은 닷컴 위기론과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시장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과는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특히 신규 사업 분야보다는 기존의 오프라인 구조를 e-비즈니스로 전환하는 ERP, CRM, e-CRM, B2B, e-마켓플레이스 등에서 수요가 많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나 마케팅, 영업 활동을 과감히 펼치겠다는 것.

    그는 “모든 산업들의 초창기에는 봄에 여기저기 곳곳에서 풀이 돋아나듯이 수많은 풀들이 자랄 수밖에 없다”며 “계절이 지나면서 기업들은 합해지기도 하고 수입이 없는 기업들은 사라지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인구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을 통한 기업들의 업무가 축소되는 게 아니라면 성장은 당연하다는 것. 올 상반기에 거시 경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하반기부터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바가 특정 플랫폼이나 운영체제, 시스템에 구속되지 않는 개방형 프로그래밍 언어란 특징을 가진 점이 막강한 파급력의 근원이 됐듯모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오픈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그러다 보니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솔루션, SI, 글로벌컨설팅 등 다양한 제3자 업체들과의 협력·지원관계가 필수적이다.

    올해 상반기 중에 약 3백억원 규모의 가칭 ‘썬 인터넷 펀드’를 만들 계획인 것은 혼자 잘 살지 않겠다는, 나아가 혼자 잘 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본사에서 자금을 대고 국내 몇 군데에서 투자를 받아 전문 기관에서 운용될 이 기금은 많은 IT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성패는 CEO에게 50% 이상 달려있다”는 그는 “개인의 지식보다는 개인의 캐릭터를 더 중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종종 각 층을 돌아다니는 것을 “마실 간다”고 표현하는 그는 퇴근 뒤에도 회사 근처 식당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예고 없이 직원들과 합류해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격의 없는 사장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면 실수가 덮여지게 되거나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며 직원들이 실수를 감추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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