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박근혜당’으로의 변신을 마무리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1일 신임 사무총장에 서병수 의원을 기용했다. 대변인엔 계파 안배를 위해 재선의 김영우 의원을 임명했다. YTN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이명박계로 분류되나 박근혜계와도 교분이 두텁다. 사무총장은 자금과 조직을 총괄하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그 역할이 막중하다. 당초 사무총장 발탁이 가장 유력했던 인물은 박 전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이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최 의원은 당내 파워게임 논란에 휩싸이면서 막후의 ‘큰손’으로 부각됐다. 최 의원이 사무총장을 할 경우 예상되는 ‘실세 총장’ 논란을 황 대표나 최고위원들은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4선의 서 총장은 김무성 의원이 19대 국회 입성에 실패하면서 PK(부산·경남) 지역의 핵심인사로 부상했다. 대선 정국을 이끌어갈 황우여 대표, 서병수 사무총장은 공통점도 많다. 둘을 보면 박 전 위원장의 친소(親疏) 감각도 엿볼 수 있다.
①입이 무겁다=두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입이 무겁다’는 점이다. 좀처럼 직설적인 화법을 쓰지 않는다. 비공개 사안에 대해선 여간해서 입을 여는 법이 없다. 굳이 언론에 알려야 할 일이 있으면 에둘러 표현한다. ‘입의 무게’는 박 전 위원장이 가장 중시하는 스타일 중 하나다. 박 전 위원장의 이학재 비서실장이나 대변인을 지냈던 이정현 의원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박 전 위원장은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라는 수필집에 “말을 번드르르하게 잘하는 사람일수록 겉과 속이 크게 다른 법”이라고 적고 있다. 말이 앞서는 걸 싫어한다는 얘기다.
②소리 없이 일하는 실무형=판사 출신 황 대표는 실무형 대표란 평을 듣는다. 박 전 위원장은 ‘보스형’ 또는 ‘정무형’보다 ‘실무형’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황 대표는 2007년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대선 후보 경선 때 사무총장이었다. 이때 황 대표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경선을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는 평을 듣는다. 서 총장은 구청장 출신이다. 행정에 밝을 수밖에 없다. 4·11총선 때 새누리당은 수도권에 구청장 출신을 대거 공천했다. 박 전 위원장 핵심 측근 소리를 듣는 사람 가운데는 관료 출신이 많다. 최경환 의원이나 유정복 의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박 전 위원장의 ‘지침’에만 얽매일 경우 비박계 주자들이 불공정 경선 시비를 제기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③모난 돌 아닌 둥근 돌=둘은 튀는 타입이 아니다. 말투도 부드럽고,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둘 다 의욕을 부리며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법이 없다. 그보다는 잡음 없이 마무리하는 걸 선호한다. 비대위 시절, 자신의 정치적 주관에 따라 발언을 아끼지 않 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과는 정반대 유형의 정치인이다.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으나 강단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당의 ‘오너’ 격인 박 전 위원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