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10주기 결산 앨범 '메모리스'

중앙일보

입력

임재범은 지금 런던에 있다. 한달전 베스트 앨범 '메모리스' 를 출반한 뒤 훌쩍 떠나버렸다. 겨울이면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일쑤인 그 음울한 회색빛 도시에서 그는 홀로 휴식을 취하며 새 독집 앨범을 구상중이다.

수록곡 듣기

너를 위해

비상

'메모리스' 는 두 장의 CD에 그동안 발표한 1~4집의 노래 가운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곡과 자신이 각별히 아끼는 노래, 평소 즐겨 부르는 팝송등 18곡을 담았다.

많은 가수들의 베스트 앨범과는 달리 기존에 녹음해 놓은 노래들을 모은 게 아니라 대부분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연주해 다시 불렀다. 김형석·유희열 등 편곡진과 함춘호.박영용 등 세션맨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9번째 트랙엔 그의 동영상을 담았다.

이처럼 공들여 만든 앨범을 내놓고도 그 흔한 TV·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은 커녕 신문과 인터뷰조차 마다하고 훌쩍 외국으로 떠나버렸으니, 앨범을 제작한 기획사가 애타는 것은 관두더라도 그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로서는 몹시 서운하다.

평소 "쇼가 판치는 엉터리같은 가요판을 떠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이기에 '임재범이 또 잠적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이젠 '응, 그랬어'라고 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솔로 데뷔 10주년을 결산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다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준 팬들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다"며 직접 기획한 앨범인 만큼 그가 좀더 많은 이들에게 발매 소식을 알리려 애쓰지 않는 것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메모리스'에서 임재범은 1집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2집의 '그대는 어디에', 3집의 '고해' 등을 아무런 기계적 조작없이 그의 '생 목소리' 그대로 들려준다. 또 4집의 '아직도 사랑할 뿐인데' 등 그가 편곡에 깊게 참여했던 노래는 재편곡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특히 김형석의 편곡으로 다시 태어난 1집 수록곡 '너의 곁에서' 와 로드 스튜어트 원곡의 '해브 아이 톨드 유 래이틀리' 는 임재범의 매력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절창이다.

임재범은 이 겨울이 끝나면 새 앨범 5집을 들고 다시 돌아올 계획. 그가 걸어갈 음악의 길이 어떤 것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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