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어린이 상대 광고' 규제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장난감 광고 같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광고의 유해성이 지적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규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스는 최근 오후 7~10시 사이의 어린이 광고를 전면 금지했으며, 어린이 관련 모든 상품 광고를 아예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폴란드.벨기에.아일랜드도 현재 이 문제를 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미 10년 전인 1991년 12세 이하 어린이를 상대로 한 광고를 금지시킨 스웨덴은 유럽연합(EU)의장국을 맡는 동안(올 상반기) 회원국들에 광고규제를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미국 상원의원이 된 힐러리 클린턴은 일단 5세 미만 아동들을 상대로 한 광고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부여하는 법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규제론자들은 어린이 상대 광고가 판단능력이 충분치 않은 아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고업자들이 '내그 앤드 와인(nag and whine.사달라고 조르고 우는)' 캠페인이라고 부는 것처럼 어린이 광고는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를 조르도록 유도하는 비교육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 및 관련기업들의 마케팅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미국의 케이블TV 중 하나인 '케이블 원' 은 아이들에게 광고를 매일 보도록 하는 조건으로 학교에 공짜로 TV를 설치해 준 뒤 광고주들을 끌어들였다. 잽미라는 미국기업은 학교에 컴퓨터를 놔주고 얻은 아이들에 관한 정보를 기업에 넘겨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물론 규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어린이 광고가 없어지면 업체로부터 협찬도 사라져 양질의 아동 TV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영국 엑시터대학의 브라이언 영 교수는 "건널목 건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이 부모가 함께 광고를 보면서 의미를 설명해주면 되지 금지시킬 필요까지는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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