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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보수-러·중 신연대 파워게임

중앙일보

입력

조지 W 부시 미 차기 행정부의 국방.외교정책이 강성 일변도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딕 체니 부통령을 필두로 특히 국방장관과 부장관 인사를 통해 그런 구도가 등장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195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물론 미국 견제를 위해서다. 미국과 중.러의 대결구도가 심상찮은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편집자]

----[21세기 세계 파워게임]미국 신보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는 12일 국방부 부(副)
장관에 폴 울포위츠(57)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원장을 지명함에 따라 미국 외교.국방팀의 틀이 완성됐다.

한마디로 초강성이다.

울포위츠 원장은 예일대 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이고 국무부와 국방부 관직도 거쳤다.

여기서 얻은 국제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주로 보수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지지해왔다.

가뜩이나 강성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이어 울포위츠가 가세함에 따라 '강철 삼각형' 이 완성된 형국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앞으로 미국의 외교와 국방문제를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 내에서 강경과 온건의 대립이 심심찮게 일어날 것 같다고 12일 보도했다.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이들 강경파와의 갈등이 있을 것 같다는 뜻이다.

울포위츠의 임명과정에서도 강경파 대 온건파가 물밑 힘겨루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건한 파월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를 국방부 부장관에 강력히 천거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울포위츠를 밀었고 관철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체니가 국방장관 럼즈펠드 임명전에 이어 또다시 파월을 꺾었다" 고 평가했다.

파월이 국방장관에 톰 리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천거하자 체니는 중량급인 럼즈펠드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최연소 국방장관 경력의 럼즈펠드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미치는 위협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이끌어 1998년 유명한 '럼즈펠드 보고서' 를 발표한 강경파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미사일 위협이 크다는 것으로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위(NMD)
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토대가 됐다.

체니와 파월 두 사람은 10년 전 걸프전 당시에도 격돌했었다.

당시 국방장관 체니는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합참의장 파월은 경제제재를 주장했는데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으로 체니의 정책수석보좌관이던 울포위츠가 체니를 적극 밀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국방과 외교정책은 내부의 강.온 대결과 러시아와 중국.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다른 나라들과의 갈등이 중첩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21세기 세계 파워게임] 러·중 신연대

러시아와 중국은 올 6월께 양국간 신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다.

1980년 파기된 동맹상호원조조약을 대체하는 신조약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는 성격이 강해 미국 안보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올 6월께로 예정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때 신조약에 서명할 예정이다.

신조약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워싱턴 포스트지 12일자 및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국간 우호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기본조약과 함께 러시아의 대중국 무기수출및 우주개발 협력, 에너지 개발협력및 경제교류 강화 등 부속합의가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두나라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
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문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해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신조약 체결에 합의한 뒤 실무협의를 계속해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차기 행정부의 NMD체제 강행방침 등 강경노선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 전략적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푸단(復旦)
대학의 안보전문가 선딩리는 "두나라의 신조약은 미국 패권주의의 결과물" 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이후 이념대립과 국경분쟁을 겪으면서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된 것은 미국견제란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러시아연구소 루난취안 부소장은 "양국 관계는 스탈린 시대 때보다 더욱 밀접하다" 고 평가했다.

두나라는 NMD 반대 외에도 동유럽 국가들을 포괄하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의 동진정책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공동보조를 취해왔다.

이같은 두나라의 급속한 접근에 대해 미국은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체제에 비동맹 국가들이 가세, 미국에 맞서는 새로운 대립축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안보전문가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두나라가 우호조약을 맺게 될 정도로 가까워질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며 미국의 당혹감을 드러냈다.

또한 NMD와 나토의 동진정책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이같은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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