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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초 넘을 때마다 경고 → 벌타 → 실격 … 국내 투어, 미국보다 30~40분 느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1호 19면

지난 주말 재미동포 케빈 나(29·한국명 나상욱)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늑장 플레이로 인해 다른 선수들과 골프팬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 매 홀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심지어 비틀스의 명곡 ‘헤이 주드(Hey Jude)’ 후렴구에 케빈 나를 빗댄 “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굿바이~”가 불려지기도 했다.

박원의 비하인드 골프 <15>늑장 플레이의 죄와 벌

현지 중계방송 화면에서는 그가 셋업에 들어가 티샷을 할 때까지 시간을 재 ‘48초’가 걸렸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슬로 플레이의 챔피언”이라는 멘트까지 나왔다.
슬로 플레이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전야제 때도 중요한 이슈였다. PGA 투어 커미셔너 팀 핀첨은 “슬로 플레이에 페널티 부과를 시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늑장 플레이는 벌타 부과 이전에 골프의 중대한 ‘에티켓 위반’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골프 규칙에서는 플레이 속도에 관한 지침을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각 경기위원회에 위임하고 있으며 벌타 부과와 실격 처리까지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PGA 투어 경기위원회에서는 각 조에서 제일 먼저 샷을 해야 하는 선수는 50초, 나머지 선수들의 샷과 퍼트는 40초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차 경고, 2차 1벌타, 3차 2벌타 순으로 페널티를 부과한다.

LPGA 투어 경기위원회는 샷당 40초의 시간 제한을 두고 벌타와 벌금으로 다스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경기위원회는 각 그룹의 선수들로 하여금 앞 그룹과 출발할 때의 간격(예선의 경우 9분, 본선의 경우 10분)을 유지할 책임을 부과한다. 파3 홀과 파4 홀의 경우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했을 때 그린이 비어 있는 경우, 파5 홀의 경우에는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했을 때 앞 그룹이 그린에 있을 경우 해당 그룹의 플레이가 느린 것으로 간주한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의 샷당 소요 시간도 40초다.

KLPGA 투어는 플레이가 늦어진다 싶으면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 느린 그룹에서 한 샷을 치는데 40초가 넘는 선수를 찾아 1차로 경고 안내를 한다. 그러고도 앞 그룹과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으면 40초를 넘긴 선수에게 1벌타와 벌금 30만원을 부과한다. 두 번째 위반 때는 2벌타에 벌금 50만원, 그리고 다음 한 경기 출장정지다. 세 번째 위반하면 즉시 실격과 벌금 100만원, 다음 3경기 출장정지라는 엄벌이 내려진다.

미국이나 일본·유럽 등의 투어는 4시간20분 이내에 경기가 마무리되는 추세다. 지난 7일 끝난 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때 컷 탈락한 우즈는 “바람도 없는데 4시간40분 넘게 소요됐다”며 “정말 믿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톰 왓슨 역시 샷당 40초는 너무 관대한 규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남녀 투어는 코스마다 차이가 있는데 3인 1조 18홀을 마치는 기준 시간을 KGT는 4시간 40~50분, KLPGA는 5시간 6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았다. 김광배 KLPGA 경기위원장은 “KLPGA의 내부 지침은 18홀 기준 4시간30분으로 정해 놨다. 하지만 홀별 업다운이 심하고 동선이 긴 국내 코스에서는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KLPGA 투어의 늑장 플레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베테랑 캐디 그레그 존스턴은 지난해 KLPGA 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 외국 선수의 캐디를 맡았다. 그는 당시 두 국내 선수와 함께 5시간30분 넘게 걸린 플레이를 마친 후 “내 평생 18홀을 마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적절한 속도의 경기진행은 선수들이 쾌적한 플레이를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갤러리와 시청자에게도 골프의 지루한 이미지를 떨쳐내고 재미를 증폭시킨다. 그리고 그 이득은 결국 선수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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