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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36명, 부처 앞에서 화투판…사찰 주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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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7일 새벽 2시40분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의 주택가. ‘대한불교 OO사’란 간판이 내걸린 3층짜리 건물의 2층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불상과 탱화가 걸린 법당 안에서는 36명의 남녀가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다. 장판 바닥과 냉장고 등에서 2000만원이 넘는 현금이 쏟아져 나왔다. 31명이 주부였다. 경찰에 붙잡힌 일당 중에는 이 사찰의 주지라고 주장하는 김모(59·여)씨도 끼어 있었다. 사찰 간판을 내걸었지만 영락없는 도박판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찰은 불교 종단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지 김씨는 어느 종단에도 승적이 없었다. 김씨는 조사에서 “예전에 모 종단에 승적을 두고 있었는데 종단이 없어지면서 사찰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 적을 두었던 종단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사찰이 안양의 주택가에 들어선 것은 지난 2월이다. 예전에는 태권도 체육관으로 쓰던 상가 건물 2층(80여㎡) 내부 한쪽을 법당으로 꾸미고 사찰 간판을 내걸었다. 이웃 주민들은 이곳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건물 주변 도로에는 간밤에 도박판을 벌이던 이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 3~4대가 주차돼 있었다. 안양 만안경찰서는 김씨를 도박장 개장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36명을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찰로 위장한 ‘하우스(도박장)’일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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