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들고 한국찾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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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소설 등 모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그의 새로운 작품 〈아발론 (Avalon)〉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의 문제작 〈공각기동대〉와 그가 쓴 〈인랑〉의 시나리오를 생각한다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작품의 세계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들고 온 〈아발론〉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라 더욱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모은다.

여전히 그가 풀어낸 난해한 스토리와 암시에 기자들은 많은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는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이나 설명을 덧붙이기를 거부했고, 그저 '영화를 해석하지 말고 느껴주기를 바란다'다고 말했다.

그는 첫 인사말에서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로 〈아발론〉이 상영되어 기쁘다"고 말하고, 각각의 질문에 미소 띤 얼굴로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리고 8일 저녁의 일반시사회에서는 도쿄와는 달리 여성팬들이 많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 작품 속에서는 신화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은데.

"컴퓨터 RPG 게임의 오리지널이 '아더왕의 전설'이라 그것을 사용했고 그 당시 유행했던 RPG게임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아더왕의 전설'을 좋아한다."

- 영화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9자매'와 '아발론'이 등장한다. 왜 영화제목을 '아발론'이라고 했나.

"이 부분은 아더왕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게임은 부활하고, 재생한다. 이 부분이 둘의 공통점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아발론'이라고 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영화의 테마와 맞았다."

- 실사영화로서는 이것이 4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폴란드에 대해 많이 연구한 것 같은데,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그리고 클로즈업은 어떤 의도로 사용했나.

"나는 할리우드에서 많이 행하는 합성이라는 부분은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표현연출이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클로즈업을 잘 쓰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또 영화는 배우의 표정이 원하는 대로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예전부터 실제 배우를 사용해서 애니메이션화하는 방법이 없을까 바꾸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발론〉이다."

- 폴란드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리고 영어나 일본어로 더빙을 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배우가 폴란드 사람이었고, 폴란드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해 만들고 싶었었다. 그리고 대사는 귀로 듣는 것만이 아닌 눈으로 보는 것도 여러가지를 의미한다고 본다. 그래서 자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더빙을 하지 않았다."

- 언어는 폴란드어인데, 보여지는 책의 제목들은 일본어이었는데.

"나는 영화에 간판을 등장시키는 등의 문자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컴퓨터의 언어는 영어였고, 책은 일본어였으며, 대사는 폴란드어였다. 세계관이 넓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 마지막 부분의 "현실과 상상에 현혹되지 마라"라는 대사가 의문이 많은데 해석을 부탁한다.

"영화를 이해하기에 앞서 느끼기를 바란다. 내가 생각한 바가 있지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 관객이 판단하기를 바란다."

- 마지막 음악회 장면은 장면을 위주로 넣은 것인가 아니면 음악을 중요시한 것인가.

"나는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음악을 생각한다. 마지막 음악회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 불려지는 오페라는 영화의 주제가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음악의 사용은 다르다. 〈공각기동대〉에서의 음악은 아주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하나의 무기다."

- 뜻이 맞다면 한국과도 작업을 같이할 용의가 있나.

"내가 영화를 하면서 국적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많이 가졌다. 나는 폴란드인의 배우로 폴란드인 스텝과 함께 작업을 했다. 무엇을 가지고 일본영화라고 하겠는가. 나는 실사영화를 찍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그래서 국적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 뜻이 맞다면 국적은 상관이 없다."

- 게임을 좋아하는지.

"예전에는 비디오게임을 무척 좋아했다. 거의 컴퓨터게임을 하고 살았는데 그때부터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했다. 그때 '아발론'을 생각해냈다."

- 〈패트레이버〉나 〈공각기동대〉등에서도 무기 디자인이 정교하다. 무기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지.

"무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탱크나 철포를 좋아하는데, 이는 그것만의 독특한 무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기디자이너가 내 주변에 있는데, 큰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 예전에는 장난기 있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는데, 요즘 작품은 무겁다. 다시 그런 작품을 할 생각은.

"10~20년전에는 유쾌한 작품을 했었는데 관객을 웃기는 것은 아주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무거운 작품을 만들지만 촬영장의 분위기는 아주 편안하고 즐겁다. 아마 조만간 유쾌한 작품을 만들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 애슈가 사는 모습이 혹시 감독의 라이프스타일과 비슷하지 않은지.

"애수가 사는 모습은 나와 아주 비슷하다. 나도 애슈처럼 강아지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따뜻할때 먹게 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 오시이감독은 실사영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등 여러가지를 하고 있는데, 어느 것을 할때가 가장 즐거운지.

"나는 실사영화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여러가지 분야를 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애니메이션이라는 곳으로 귀결될 것이다.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개와 산책하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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