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축구협, 법인화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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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골리앗'의 목에 방울을 걸 수 있을까?

문화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가 협회의 법인화 문제를 놓고 새해 벽두부터 미묘한 힘겨루기를 개시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화부는 대한체육회 산하 48개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94년부터 법인화를 추진,단체별 재정자립금 10억원 지원이라는 `당근'을 내세워 지난해까지 절반인 24개 단체를 법인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경기인 출신보다는 돈많은 기업인들의 지원에 목을 매달고 있는 단체들이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면서 재정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아래 법인화를 추진해온 문화부는 올해부터는 `메이저 종목의 법인화'를 서둘기로했다.

이에 따라 문화부가 올해 법인화 전환 목표단체로 꼽은 곳은 축구와 야구, 양궁,태권도, 하키 등 5개.

하지만 48개 단체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대한축구협회는 법인전환이 아직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현재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 이외에 또하나의 상급 기관을 두는 `옥상옥(屋上屋)'일 뿐이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원금 10억원이 협회 살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과거한국야구위원회(KBO)에 대해 정부가 회장 선임을 좌우했던 것 처럼 각종 운영에 관여할 여지를 제공하는 의미 이외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협회의 연간 예산은 지난해가 138억원이었고 올해도 136억원으로 책정해 놓아 평균 10억원 안팎인 여타 단체에 비하면 `골리앗'인 형편.

그러나 이에 맞서는 문화부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자세다.

특히 2002년월드컵축구를 앞두고 조직된 `월드컵필승대책위원회'를 통한 재정지원을 해야 할 문화부는 `투명한 재정운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도 법인화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것.

문화부 체육진흥과 심영섭 과장은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었던 협회를 법인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법인화 전환은 협회를 지휘 감독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고 궁극적으로 협회의 자립을 도와주는 것이므로 관계자들을 설득, 법인화에 동참토록 이끌겠다"고 밝혔다.

경기단체 법인화의 최종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축구협회의 목에 방울을 달려는 문화부와 정부의 규제에서 최대한 벗어나 있으려는 협회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서울=연합뉴스) 장익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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