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대우차 인수에 "관심있다"로만 일관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 인수문제에 대해 속시원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 대우차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측과 정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GM은 지난해 9월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뒤 10월 중순부터 한달간 예비실사를 진행했으나 본격 협상단계인 양해각서 체결과 정밀실사는 계속 미루고 있는 상태.

그러나 정부와 GM이 잇따라 `긴밀하게 협의중'이라는 점을 시사, 협상이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우차 매각문제는 대우차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끝나는 다음달 이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GM, "관심있다"로만 일관= 잭 스미스 GM 회장은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초청한 국내 주요신문 논설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우차 인수에 관심이 있으나 한국정부와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해 더이상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GM의 재정책임자(CFO)인 릭 왜고너도 이 모터쇼 기자회견에서 "대우차의 경영악화와 두 회사간 타협 지연으로 대우차 인수에 대한 의욕을 잃은 것 아니냐"는 한 외신의 질문에 "대우차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협상과정에서 대우차 인수를 둘러싼 한계 등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두 회사간 타협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GM이 대우차 인수에 이런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도 왜고너 사장은 "대우차 인수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인수계획을 당장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는 그동안 달라진 것이 없는 셈.

◇GM, "급할 게 없다" 속내= GM이 느긋한 이유는 대우차를 살 만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이용, 최대한 인수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라고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대우차 협력업체들이 쓰러지고 공장가동이 간헐적으로 멈춰서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질 것은 당연하기 때문.

또 대우차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노조가 해외매각 및 인력감축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지금 나서서 구조조정에 간여하거나 매입의사를 공식표명, 노조로부터 "GM의 사주로..."라는 오해를 살 필요도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GM-대우차, `긴밀한' 협의=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차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GM으로의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며 "2월 중순까지는 누가 봐도 확실하게 구조조정이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미스 회장도 "한국정부와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이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정부와 GM, 대우차 3자 사이에 협의 채널이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입찰사무국 관계자도 "자료제공 등 필요할 경우 간헐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다"며 "GM쪽에서 어떤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비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GM이 인수 의사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정부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대우차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3자 모두 여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우차 구조조정이 관건= 따라서 GM은 대우차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된뒤 대우차 인수 여부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칼자루를 쥐고 있기는 하지만 무혈입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우차는 GM과의 매각협상 외에도 인천지법이 지난해 "내년 1월말 영화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상태여서 청산절차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당장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다급한 입장이다. 따라서 이달말까지 인력감축을 둘러싸고 대우차 노사갈등이 계속된 뒤 대우차 매각문제 등은 다음달부터 급물살을 타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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