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직업이 ⑥ 펀드레이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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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대표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리틀 펀드레이저를 키운다?고 한다.

“두면 고물, 주면 보물”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부 광고 문구다. 기부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통로다. 이 통로를 잇는대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바로 펀드레이저(fundraiser?모금 전문가)다. 희망제작소 기획위원이자 기금모금전문회사 휴먼트리 이선희 대표를 만나 펀드레이저의 역할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펀드레이저란 어떤 직업인가.

 “말 그대로 펀드(기금)를 레이징(모으는)하는 사람을 말한다. 기금의 사용목적에 따라 필요한 자금 규모를 분석하고 개인·단체·기업의 기부활동을 독려한다. 기금의 성격과 수혜자의 상황에 맞게 모금방법을 고민하고,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각적인 기부독려방안을 기획한다.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돈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직업’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펀드레이저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지난 해 12월 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하트챔버오케스트라의 모금 컨설팅을 맡았었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는데, 단원들이 생활고를 겪으면서 해체 위기에 놓였었다. 미약하나마 오케스트라의 유지에 도움을 줘 이들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수많은 감동과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다. 장애인 딸을 위해 들었던 적금을 해지하고 천만원을 기부한 아버지, 점심을 아껴가며 기부금을 모은 학생 등 하나 하나가 모두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소양과 적성은.

 “펀드레이저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다. 수혜자가 처한 조건과 상황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기부자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아침에 길거리 노숙자의 이야기를 듣고, 저녁엔 기업의 CEO를 만나 기부를 요청하고 설득해야 한다. 100명을 만나도 단 한 명도 기부를 하지 않아 힘 빠지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확고한 신념과 윤리관, 열정이 있어야 한다.”
 
-활동분야와 앞으로의 전망은.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 내 펀드레이저는 대략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경우 기금모금에 관련된 직원 수만 600명이 넘을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도 기부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학·병원·구호단체·봉사단체·시민사회단체·문화예술단체 등에선 전문적인 펀드레이저를 필요로 한다. 기부방법도 전문화되고 있다. 앞으로 기부문화가 더 확산되면 펀드레이저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펀드레이저가 되려면.

 “특정 전공이나 자격증이 필요하진 않다. 다만,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이해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 펀드레이저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다. 비영리단체에서 모금담당직원으로 경험을 쌓는 방법과 일반기업에서 마케팅업무를 담당하다 펀드레이저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희망제작소, 도움과나눔, NPO공동회의 등에선 펀드레이저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마케팅과 관련된 지식도 배워두길 권한다. 소비자의 심리를 움직이게 해야 하는 마케팅의 원리는 기부자의 마음을 감동시켜야 하는 기금모금 과정에서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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