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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저축은행 실적, 작년보다 나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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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14일 금융위에서 김석동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뉴스1]

저축은행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됐다. 적자는 불어나고 건전성은 나빠졌다. 세 차례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도 상당수가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5일까지 분기(2011년 7월~2012년 3월) 경영공시를 한 20개 저축은행 중 절반이 넘는 14곳이 적자를 냈다.

 20개 저축은행의 전체 적자 규모도 5616억원에 이른다. 이들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이 1554억원 적자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석 달 새 4000억원이나 적자가 불어난 셈이다. 적자를 낸 저축은행도 지난해 말 9곳에서 14곳으로 늘어났다.

 저축은행 건전성의 기준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나빠졌다. 비교적 우량한 저축은행으로 분류되는 8% 넘은 곳도 지난해 말 17곳에서 9곳으로 줄었다.

 6일 영업정지 된 솔로몬·한국저축은행의 적자 규모가 컸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69억원 흑자에서 3개월 만에 288억원 적자로 추락했다. 한국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중 500억원이던 적자 규모가 1957억원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미래저축은행은 상장하지도 않고 후순위채도 발행하지 않아 공시 대상에서 빠졌다.

 살아남은 저축은행도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퇴출된 저축은행을 제외한 18곳의 적자폭은 1124억원에서 3370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 1위로 올라선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우 54억원이던 흑자가 15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저축은행 관계자는 “3월 시행된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를 반영해 당기순이익이 줄었다”며 “진행 중인 계열사 매각과 대주주 증자가 완료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한 곳은 솔로몬·한국저축은행 계열의 은행”이라며 “이들은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 PF 대출의 비중이 커 충격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솔로몬(-70억원)·부산솔로몬(-354억원)·진흥(-1131억원)·경기(-599억원)·영남(-196억원)은 지난해 말에 이어 이번에도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PF 대출을 줄이고 개인 고객 대상의 대출에 주력하고 있어 앞으론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신용평가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신용대출 확대는 또 다른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중 연구원은 “개인 신용대출은 연체율이 높아지면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점도 저축은행의 실적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는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인범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 팀장은 “저축은행의 신뢰가 떨어진 데다 새로운 대출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영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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