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 시총 12조 증발시킨 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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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에서 외환딜러들이 시세판을 보고 있다. 이날 국내 주가와 원화 값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뉴시스]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럽 공포’와 ‘애플의 거래처 변경설’이 원투 펀치로 작용했다. 일부 외신은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D램의 주요 구입자인 애플이 일본 엘피다에 모바일용 D램을 대량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6% 넘게 떨어지며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장 분위기를 더욱 위축시켰다. 2008년 10월 리먼 사태 때 -13.76% 하락한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1840.53으로 마감해 3% 이상 하락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123만원까지 밀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전날 193조원에서 181조원으로 급감했다. 현대차도 4% 가까이 떨어졌다.

 외국인의 매도 행진도 주가 하락에 한몫을 했다. 외국인은 이날 5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11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았다. 2009년 2월 17거래일 연속 매도 이후 가장 오랫동안 주식을 팔고 있다. 세계적인 위험자산 회피 현상 탓에 일본·대만·중국·홍콩 등 주요 아시아국 증시도 일제히 1~3%대 하락했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데 대해 증권가는 “그간 잘 버텨오던 주도주가 한꺼번에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이 워낙 불안한 가운데 악재가 겹치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유럽 위기와 미국 및 중국의 경기회복 부진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주력인 스마트폰 새 모델인 ‘갤럭시S3’의 출시를 앞두고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전날 일부 외신에서 애플의 거래처 변경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대한 증권가 반응은 엇갈린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엘피다의 생산 능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D램 공급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봤다. 반면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엘피다는 언제든 D램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애플은 엘피다가 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너무 국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차원의 해석도 나왔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은 “삼성전자 주가 급락은 단순히 외국인이 한국 시장 투자 비중을 줄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엘피다 설도 악재가 됐지만 그보다는 그간의 쏠림에 따른 비중 조절로 봐야 한다”고 했다.

 외환시장에선 안전자산인 달러에 ‘사자’가 몰려 원화가치가 급락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1.6원(1.01%) 오른 1165.7원을 기록했다.  

엘피다

1999년 일본 NEC와 후지쓰의 D램 부문이 합쳐 만들어졌다. D램의 강자로 군림했으나 2007년 이후 반도체 업계에서 벌어진 가격 경쟁(치킨 게임)을 견디지 못해 큰 폭의 적자를 내면서 사세가 기울었다.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까지 지원받았으나 결국 올 3월 파산했다. 현재는 미국 마이크론이 인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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