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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3남학생 큰일났다" 인터넷 와글와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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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적인 게임개발 업체인 블리자드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모하임은 15일 “디아블로2 이후 12년 만에 출시하는 디아블로3가 한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블리자드]

‘디아블로가 한국에 입국한 지 4시간 만에 심하게 난자당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지니고 있던 골드와 아이템 등이 사라진 점으로 미루어 금품을 노린 범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15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속보, 디아블로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이날 정식으로 발매된 블리자드의 롤플레잉게임(RPG) ‘디아블로3’의 초반 인기가 대단하다. 전날에는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수천 명이 서울 왕십리역 앞에 줄을 서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게임을 개발한 블리자드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마이크 모하임(46)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 출시 소감은.

 “1997년 첫선을 보인 디아블로 시리즈가 액션 RPG의 고전으로 꼽힌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디아블로3 역시 웅장한 스토리와 빠르고 경쾌한 진행이 장점이다. 디아블로1, 2의 즐거운 기억을 갖고 있는 전 세계 게이머들과 디아블로3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돼 매우 흥분된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한국에서만 300만 장 이상 팔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학 생활 도중 디아블로 CD를 컴퓨터에 넣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군대에 와 있더라’ 같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블리자드가 새 게임을 발매하는 해에는 남자 재수생이 늘어난다’는 농담도 있다. 디아블로3가 발매되자 인터넷에는 ‘고3 남학생은 큰일났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 인기 비결은.

 “블리자드는 게이머들로 이뤄진 회사다.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게임성(Gameplay First)과 품질에 대한 신뢰(Commit to Quality)는 블리자드의 핵심적 가치다. 디아블로3를 개발한다는 것을 2008년 처음 발표했지만 출시까지 4년이 걸렸다. 시간에 쫓겨 만족스럽지 못한 게임을 내놓는 경우는 없다.”

 블리자드는 UCLA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모하임이 1991년 할머니에게 빌린 돈 1만5000달러를 밑천으로 대학 동창 두 명과 함께 세웠다. 워크래프트(94년)·디아블로(97년)·스타크래프트(98년)·월드오브워크래프트(2004년)가 잇따라 인기를 끌며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사 자리에 올랐지만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는 탓에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유료 사용자는 2010년 12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에는 1020만 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서는 전 세계 4500명 직원 가운데 600명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 위기 아닌가.

 “지난 몇 년간 조직이 지나치게 팽창하다 보니 어려운 선택이 필요했다. 해고 인원의 90%는 마케팅·기획·운영 등으로 개발자는 거의 없다. 디아블로3에 이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판인 ‘판다리아의 안개’와 스타크래프트2 확장판 ‘군단의 심장’이 올해 중에 출시된다. 올해는 블리자드에 기념비적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모하임은 특히 ‘당신 안의 괴짜 근성을 깨워라(Embrace your Inner Geek)’라고 강조한다. 그 자신이 주요 게임의 선임 개발자로 참여했고, 여가 시간에는 블리자드 사내 밴드인 ‘레벨80 타우렌이던 예술가’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괴짜이기도 하다.

- 괴짜(geek)를 강조하는 이유는.

 “비주류 분야에서 무언가에 심취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평균보다 똑똑한 사람들이다. 특정 분야에 열정을 갖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대변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블리자드의 개발자나 우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 모두 괴짜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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